“형사 고소까지 해서 약식명령을 받아냈는데, 민사 손해배상 청구가 소멸시효로 기각될 수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저작권 침해 손해배상 소멸시효 분쟁
컴퓨터프로그램 저작권자인 원고 A회사가 피고 B를 상대로 제기한 8,000만 원의 손해배상 청구를 소멸시효 완성을 이유로 전부 기각하였습니다(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 2026. 6. 24. 선고 2025가단106805 판결). 형사 약식명령까지 확정된 사건에서 민사 청구가 소멸시효로 막힌 이유는 무엇인지, 피해자가 어떤 대응을 했어야 했는지, 지금부터 핵심 쟁점을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이 글을 끝까지 읽으시면 다음 정보를 얻으실 수 있습니다.
① 저작권 침해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 기산점이 ‘고소 시점’으로 인정된 이유
② 약식명령 확정일이 소멸시효 기산점이 될 수 없다고 판단된 구체적 근거
③ 형사사건 진행 중 재무제표를 제출하며 선처를 구한 이메일이 채무 승인으로 인정되지 않은 이유
④ 묵시적 채무 승인이 성립하기 위한 요건과 이 사건에서 인정되지 않은 이유
⑤ 저작권 침해 피해자가 민사 손해배상 청구권을 보전하기 위해 반드시 알아야 할 실무적 주의사항

1. 사실관계 요약 — 당사자가 직면한 위기
가. 사건의 경위
원고 A회사는 컴퓨터프로그램을 개발·판매하는 미국 회사입니다. 피고 B는 부천시 소재 ‘D’의 대표로, 원고의 프로그램을 무단 복제하여 사용한 혐의를 받았습니다.
원고는 2021. 12.경 수사기관에 피고를 저작권 침해 혐의로 고소하였고, 고소장에는 침해 일시, 장소, 무단 복제된 프로그램 등이 모두 구체적으로 특정되어 있었습니다. 2022. 8. 2.경 형사조정절차가 열렸으나 조정은 성립되지 않았습니다. 원고 측은 2023. 1. 16.경 피고에게 합의 의사를 문의하면서 배상금 감액 검토를 위해 재무상태 자료 제출을 요청하였고, 피고는 2023. 1. 17.경 재무제표를 첨부한 이메일을 원고 측에 보냈습니다. 피고는 2023. 3. 27.경 벌금 100만 원의 약식명령을 받았고, 2023. 4. 13.경 확정되었습니다.
원고는 약식명령 확정 이후인 2025년에 이르러 민사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나. 당사자들이 직면한 위기
| 구분 | 내용 |
|---|---|
| 원고(A회사)의 위기 | 형사 약식명령까지 확정되었음에도 민사 손해배상 청구가 소멸시효 완성을 이유로 전부 기각되어 8,000만 원을 한 푼도 받지 못하게 된 상황 |
| 피고(B)의 위기 | 형사 약식명령으로 벌금 100만 원을 납부하였으나, 민사 손해배상 청구까지 받아 8,000만 원의 배상 책임을 질 위기에 처한 상황 |
| 핵심 쟁점 | 소멸시효의 기산점이 고소 시점인지 약식명령 확정일인지, 피고의 이메일이 채무 승인에 해당하는지 여부 |
2. 핵심 쟁점 Q&A
Q1. 저작권 침해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는 언제부터 진행되나요?
A.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의 단기소멸시효는 민법 제766조 제1항에 따라 피해자 또는 그 법정대리인이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입니다. 여기서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이란 손해의 발생, 위법한 가해행위의 존재, 가해행위와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를 알게 된 날을 의미하며, 손해의 정확한 액수를 알아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원고가 2021. 12.경 수사기관에 제출한 고소장에 피고의 저작권 침해행위에 관하여 침해 일시, 장소, 무단 복제된 프로그램 등이 모두 구체적으로 특정되어 있었고, 실제로 발령된 약식명령의 범죄사실과도 일치한다는 점을 근거로, 원고는 고소 시점에 이미 손해 및 가해자를 알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따라서 소멸시효는 늦어도 형사조정절차가 열린 2022. 8. 2.경부터 진행되어, 그로부터 3년이 되는 2025. 8. 2.경 완성되었습니다.
Q2. 약식명령이 확정된 날을 소멸시효 기산점으로 볼 수 없나요?
A. 법원은 이를 부정하였습니다. 원고는 컴퓨터프로그램 저작권 침해 사건의 경우 침해행위가 침해자의 사적인 공간에서 이루어지므로 법원의 판결이 있어야 가해자와 손해를 인식할 수 있게 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약식명령의 범죄사실에 나오는 내용은 원고가 고소 당시에도 이미 알고 있었던 내용이고, 약식명령의 확정에 의하여 원고가 특별히 더 알 수 있게 된 내용은 없다고 명확히 판단하였습니다. 나아가 법원은 정확한 손해액을 산출하는 것은 약식명령 확정일 이후에도 쉽지 않아 보인다고 지적하면서, 손해를 안다는 것이 정확한 손해액을 산출해 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습니다. 원고가 피고에게 이 사건 청구금액과 동일한 8,000만 원을 합의금으로 제시해 온 것도 고소 시점 이전부터였다는 점도 이 판단을 뒷받침하였습니다.

Q3. 피고가 재무제표를 첨부한 이메일을 보낸 것은 채무 승인이 아닌가요?
A. 법원은 이를 부정하였습니다. 소멸시효 중단사유로서의 승인은 채무자가 채권자에 대하여 그 권리가 존재함을 인식하고 있다는 뜻을 표시함으로써 성립하며, 명시적이든 묵시적이든 불문합니다. 묵시적 승인은 채무자가 채무의 존재 및 액수에 대하여 인식하고 있음을 전제로 하여, 상대방으로 하여금 채무자가 그 채무를 인식하고 있음을 추단하게 할 수 있는 방법으로 행해지면 족합니다.
그러나 법원은 피고가 보낸 이메일과 첨부된 재무제표만으로는 피고가 원고에 대한 손해배상채무를 승인하였다고 보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당시 피고에 대한 형사사건이 진행 중이었으므로, 고소인 측에 선처를 요청하였다고 하여 그것이 민사상 채무의 승인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것입니다. 재무제표는 원고 측의 요청에 따라 제출된 자료에 불과하고, 거기에 채무 승인의 의사가 포함되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명확히 선을 그었습니다.
Q4. 형사사건에서 공탁을 하면 채무 승인이 되나요?
A. 법원은 이 사건 판결의 각주에서 관련 대법원 판례를 인용하며 이 문제를 함께 다루었습니다. 형사재판절차에서 무죄를 주장하면서도 유죄가 인정되는 경우에 대비하여 제1심 및 항소심 판결 선고 전에 각 1,000만 원을 공탁하면서 손해배상금의 일부라는 표시도 하지 않고 공탁금 회수제한신고서도 첨부한 사안에서, 위 각 공탁에 의하여 공탁금을 넘는 손해배상채무를 승인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손해배상채무 전액에 대한 승인의 효력을 인정한 원심판결을 파기한 사례가 있습니다(대법원 2010. 9. 30. 선고 2010다36735 판결).
법원은 형사절차에서 금전을 공탁한 경우에도 공탁금을 넘는 부분에 대한 채무를 승인하였다고 쉽게 인정할 수 없는데, 이 사건에서는 공탁도 없었고 단지 선처를 구한다는 의사를 표시하였을 뿐이라는 점을 강조하였습니다. 이는 형사절차에서의 유화적 행동이 민사상 채무 승인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입니다.
Q5. 원고는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하려 하였고, 왜 실패하였나요?
A. 원고는 소멸시효 완성 주장에 대응하기 위해 두 가지 논리를 구사하였습니다. 주위적으로는 피고가 재무제표를 첨부한 이메일을 보낸 것이 채무 승인에 해당하여 소멸시효가 중단되었다고 주장하였고, 예비적으로는 소멸시효의 기산점이 약식명령 확정일이므로 아직 3년이 도과하지 않았다고 주장하였습니다.
그러나 두 주장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채무 승인 주장은 형사사건 진행 중 선처를 구하는 이메일이 민사상 채무 승인과는 다르다는 이유로, 기산점 주장은 고소장 작성 시점에 이미 손해와 가해자를 알고 있었다는 이유로 각각 배척되었습니다. 결국 원고가 형사 고소 이후 민사 소송 제기를 3년 이상 지연한 것이 패소의 결정적 원인이 되었습니다.

마치며
“그렇다면 저작권 침해 피해자는 민사 손해배상 청구권을 지키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요?” 이 판결이 주는 교훈은 명확합니다. 형사 고소와 민사 손해배상 청구는 별개의 절차이며, 형사 절차가 진행 중이라고 하여 민사 소멸시효가 자동으로 정지되지는 않습니다. 저작권 침해 사실을 알고 형사 고소를 제기한 시점부터 민사 손해배상청구권의 단기소멸시효 3년이 진행되므로, 형사 절차의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민사 소멸시효가 완성될 수 있습니다. 피해자로서는 형사 고소와 동시에 또는 늦어도 형사조정 절차가 진행되는 시점에 민사 소송을 제기하거나, 소멸시효 중단을 위한 내용증명 발송, 지급명령 신청 등의 조치를 반드시 병행하여야 합니다. 또한 상대방이 형사사건 진행 중 재무제표를 제출하거나 선처를 구하는 행동을 하더라도, 이를 민사상 채무 승인으로 믿고 소 제기를 미루는 것은 매우 위험한 판단임을 이 판결은 분명히 경고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