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음악저작권 신탁관리단체가 글로벌 스트리밍 플랫폼을 상대로 86억 원이 넘는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는데, 법원이 본안 판단조차 하지 않고 소를 각하했다면 어떤 이유에서일까요?”-스트리밍 플랫폼 저작권 침해 소송
서울중앙지방법원은 2026. 5. 21. 음악저작권 신탁관리단체인 사단법인 A(이하 ‘원고’)가 글로벌 라이브 스트리밍 플랫폼 D를 운영하는 피고들을 상대로 제기한 8,643,431,491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본안 판단 없이 각하하였습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6. 5. 21. 선고 2024가합74272 판결). 이 판결은 저작권 집중관리 체계, 임의적 소송신탁의 한계, 온라인 플랫폼의 저작권 방조 책임이라는 세 가지 핵심 쟁점을 모두 다루고 있습니다. 지금부터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이 글을 끝까지 읽으시면 다음 정보를 얻으실 수 있습니다. ① 저작권 신탁관리단체가 해외 저작물에 대해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요건 ② ‘임의적 소송신탁’이 무엇이고 왜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는지 ③ 소송물 특정이 되지 않으면 왜 소가 각하되는지 ④ 온라인 스트리밍 플랫폼이 이용자의 저작권 침해에 대해 방조 책임을 지는 요건 ⑤ ‘통지 및 삭제(Notice and Takedown)’ 절차가 플랫폼 사업자의 면책에 어떻게 작용하는지

스트리밍 플랫폼 저작권 침해 소송
스트리밍 플랫폼 저작권 침해 소송

1. 사실관계 요약 — 당사자가 직면한 위기

가. 사건의 경위

원고는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으로부터 저작권신탁관리업 허가를 받은 비영리 사단법인으로, 국내외 음악저작물의 저작재산권을 신탁받아 공중송신권 등을 관리하는 단체입니다. 피고 B 유한회사는 글로벌 라이브 스트리밍 플랫폼 D의 국내 광고·마케팅을 담당하였고, 피고 C는 그 미국 본사로 D 플랫폼을 직접 운영하였습니다.

원고는 피고들이 2016년경부터 2023년경까지 D 플랫폼에서 스트리머들이 원고가 신탁관리하는 음악저작물을 무단으로 공중송신하도록 방치하거나 장려하였다고 주장하며 86억 원이 넘는 손해배상 또는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하였습니다.

나. 당사자들이 직면한 위기

구분내용
원고의 위기수년간 라이선스 협상이 결렬된 상태에서 피고들이 국내 서비스를 중단하자 소송으로 전환하였으나, 소송 요건 자체가 문제가 된 상황
피고들의 위기86억 원이 넘는 손해배상 청구와 함께 플랫폼 운영 전반에 걸친 저작권 침해 방조 책임 주장에 직면한 상황
협상 경위2018. 6.부터 2023. 8.까지 약 5년간 저작권 수수료 협상을 진행하였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하였고, 피고들은 2024. 2. 국내 서비스 중단을 고지

2. 핵심 쟁점 Q&A

Q1. 법원은 왜 본안 판단도 하지 않고 소를 각하하였나요?

A. 법원은 두 가지 독립적인 이유로 이 사건 소가 부적법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첫째, 원고에게 당사자적격이 없다는 것입니다. 원고가 해외 저작권 집중관리단체(G, H, K, L단체 등)로부터 음악저작물의 공중송신권을 신탁받았다고 주장하였으나, 법원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또한 원고가 소송수행권을 위임받은 임의적 소송신탁에 해당하더라도 이를 허용할 합리적 필요가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둘째, 소송물이 특정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원고는 2016년부터 2023년까지 광범위한 침해행위가 있었다고 주장하면서도 구체적으로 침해된 저작물을 특정하지 않았고, 일부 침해 사례는 설명을 위한 예시에 불과하다고 스스로 밝혔습니다. 민사소송에서 소송물이 특정되지 않으면 법원이 심리·판단할 대상과 재판의 효력범위가 특정되지 않으므로 소가 부적법합니다.

Q2. ‘임의적 소송신탁’이란 무엇이고, 왜 이 사건에서 허용되지 않았나요?

A. 재산권상의 청구에 관하여는 소송물인 권리 또는 법률관계에 관하여 관리처분권을 갖는 권리주체에게 당사자적격이 있음이 원칙입니다. 제3자가 권리주체로부터 소송수행권을 위임받아 자신의 이름으로 소송을 수행하는 것을 임의적 소송신탁이라고 합니다.

임의적 소송신탁은 변호사대리의 원칙이나 신탁법상 소송신탁 금지를 잠탈하는 탈법적 방법에 의하지 않은 것으로서 이를 인정할 합리적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제한적으로만 허용됩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이 합리적 필요를 부정한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G, H 등 해외 저작권 집중관리단체들이 직접 국내 소송대리인을 선임하여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고, 소송당사자가 다수이거나 권리관계가 복잡하여 권리주체가 직접 소송을 수행하기 어려운 사정이 없습니다. 둘째, 원고가 이 소송에서 손해배상금을 지급받더라도 그 금액은 결국 해외 저작권 집중관리단체를 통해 저작권자에게 귀속될 것이 예정되어 있어 원고가 고유한 이익을 가진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음악저작권협회-스트리밍 플랫폼 저작권 침해
음악저작권협회-스트리밍 플랫폼 저작권 침해

Q3. 해외 저작권 집중관리단체가 원고에게 ‘신탁한다’고 계약서에 명시했는데도 신탁이 인정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요?

A. 이 부분이 이 판결의 가장 중요한 법리적 판단입니다. 법원은 계약서에 ‘신탁한다’는 표현이 있더라도 그것이 법적 의미의 신탁과 동일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G과 H는 저작권자들로부터 저작권을 관리하거나 이용을 허락하는 권한만을 부여받았을 뿐, 저작권 자체를 신탁받은 것이 아닙니다. G의 회원계약서에는 저작권자들이 G에게 ‘비독점적 공개 공연권’을 부여(grant)한다고 규정되어 있는데, 이는 신탁이 아닌 이용허락에 해당합니다. G, H가 저작권자들로부터 부여받은 권한의 범위를 넘어 원고에게 더 큰 권리를 부여할 수는 없습니다.

또한 법원은 결정적인 논리를 제시하였습니다. 만약 원고가 G, H로부터 공중송신권을 신탁받은 것이라면 원고가 권리주체로서 당연히 자신의 이름으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으므로, 개정계약에서 굳이 원고의 소송 제기 권한을 별도로 규정할 이유가 없습니다. 개정계약에 소송 제기 권한 조항이 별도로 추가된 것 자체가 원고가 권리주체가 아님을 방증한다는 것입니다.

Q4. 온라인 스트리밍 플랫폼은 이용자의 저작권 침해에 대해 언제 방조 책임을 지나요?

A. 법원은 온라인서비스제공자의 저작권 침해 방조 책임에 관한 법리를 다음과 같이 정리하였습니다.

온라인서비스제공자가 제공한 인터넷 게시공간에 저작권 침해 게시물이 게시되었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불법행위책임을 지울 수는 없습니다. 다만 다음 요건이 모두 충족되는 경우에는 부작위에 의한 방조로서 공동불법행위책임이 성립합니다.

요건내용
불법성의 명백성게시물의 저작권 침해 불법성이 명백할 것
인식 요건피해자로부터 구체적·개별적인 삭제·차단 요구를 받았거나, 게시물의 존재를 구체적으로 인식하였거나 인식할 수 있었음이 외관상 명백히 드러날 것
관리통제 가능성기술적·경제적으로 게시물에 대한 관리·통제가 가능할 것

이 사건에서 법원은 두 가지 이유로 피고들의 방조 책임을 부정하였습니다.

인식 요건 미충족 — 원고는 피고들이 국내 서비스를 중단한 이후 이 사건 소송에 이르러서야 침해 게시물의 일부를 구체적으로 특정하였습니다. 침해 기간 동안 피고들에게 구체적·개별적인 게시물 삭제 및 차단 요구를 하였다고 볼 증거가 없습니다.

관리통제 가능성 미충족 — 매일 방대한 양의 실시간 스트리밍 콘텐츠가 방송되는 상황에서 피고들이 모든 콘텐츠를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음악저작물의 이용허가 여부를 점검하는 것은 현실적·경제적·기술적으로 어렵습니다. 피고들에게 ‘통지 및 삭제’ 조치를 넘어서는 의무를 부담시키는 것은 지나치고, 그러한 의무를 부과하면 플랫폼에서 콘텐츠의 자유로운 유통 자체를 위축시킬 우려가 있습니다.

Q5. 피고들이 저작권 침해를 방지하기 위해 취한 조치는 무엇이었나요?

A. 법원이 인정한 피고들의 저작권 침해 방지 조치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통지 및 삭제(Notice and Takedown) 절차 운영 — 저작권자가 침해 게시물을 신고하면 URL 등 특정 정보를 요구하고, 권리자가 게시물을 특정하면 즉시 송출을 중지하거나 삭제하고 회원에게 경고 조치를 하였습니다.

둘째, 반복 침해자 계정 해지 — 저작권법 위반 횟수가 3회 누적되는 회원을 반복 침해자로 간주하여 계정을 임시 정지하거나 해지하였습니다. 2023년 한 해 동안 반복 침해자 2,788개 계정에 서비스 이용 정지 조치를 하였습니다.

셋째, T 프로그램을 통한 자동 음소거 — 이용자들이 업로드한 VOD를 스크리닝하여 저작권자의 허락을 받지 않은 음악이 감지되면 해당 부분의 음성을 자동으로 음소거하는 조치를 취하였습니다.

넷째, 이용자 대상 저작권 준수 공지 — 2020. 11. 11. 전체 회원을 대상으로 저작권자의 허가를 받지 않은 음악을 방송에서 재생하지 않아야 한다는 내용의 공지를 게시하고, 저작권 침해 회원들에게 개별 이메일을 발송하였습니다.

법원은 이러한 조치들이 기술적·경제적으로 가능한 범위 내에서 저작권 침해 게시물에 대한 적절한 조치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IT저작권변호사-김정민-프로필
IT저작권변호사-김정민-프로필

마치며

“그렇다면 국내 음악저작권 신탁관리단체는 앞으로 해외 플랫폼의 저작권 침해에 대해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이 판결은 두 가지 중요한 실무적 교훈을 줍니다. 첫째, 해외 저작권 집중관리단체로부터 소송수행권을 위임받는 방식으로는 국내 소송을 진행하기 어렵고, 해외 단체들이 직접 국내 소송대리인을 선임하거나 저작권 자체를 신탁하는 방식으로 계약 구조를 재설계할 필요가 있습니다. 둘째, 저작권 침해 소송을 제기할 때는 침해된 저작물을 구체적으로 특정하고, 침해 기간 동안 플랫폼 사업자에게 구체적·개별적인 삭제·차단 요구를 하였다는 증거를 확보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86억 원이 넘는 청구가 본안 판단조차 받지 못하고 각하된 이 사건은, 저작권 소송에서 실체적 권리 못지않게 소송 요건의 충족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명확하게 보여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