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와이파이로 직원이 토렌트 영화를 불법 다운로드했는데, 사장이 저작권법 위반으로 기소되어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실제로 이런 일이 벌어졌습니다. 서울 종로구의 한 디자인회사 대표가 회사 사무실 와이파이를 통해 영화 파일이 토렌트로 다운로드·업로드되었다는 이유로 저작권법 위반으로 기소되어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항소심인 서울북부지방법원 제1-3형사부는 2026. 2. 19.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였습니다(서울북부지방법원 2026. 2. 19. 선고 2024노2014 판결). 지금부터 이 사건의 법적 쟁점을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이 글을 끝까지 읽으시면 다음 정보를 얻으실 수 있습니다.
① 회사 와이파이로 불법 다운로드가 이루어졌을 때 사업주가 왜 피의자가 되는지
② 형사재판에서 ‘합리적 의심 없는 증명’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③ 1심 유죄가 항소심에서 무죄로 뒤집힌 결정적 이유
④ 디지털 포렌식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 왜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작용하였는지
⑤ 직장 내 불법 다운로드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사업주가 갖춰야 할 법적 장치

1. 사실관계 요약 — 당사자가 직면한 위기
가. 사건의 경위
피고인 A는 서울 종로구 소재 디자인회사를 운영하는 사업주입니다. 2023. 10. 17. 18:47경부터 2023. 10. 18. 15:34경까지 약 21시간 46분에 걸쳐 피고인의 회사 사무실 와이파이 IP 주소에서 피해자 주식회사 C가 저작권을 보유한 영화 ‘D’의 동영상 파일이 토렌트 프로그램을 통해 다운로드됨과 동시에 불특정 다수에게 업로드·배포되었습니다.
수사기관은 해당 IP 주소가 피고인이 가입한 와이파이 회선임을 확인하고 피고인을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기소하였습니다. 1심 법원은 피고인에게 유죄를 선고하였고, 피고인은 이에 불복하여 항소하였습니다.
나. 당사자가 직면한 위기
| 구분 | 내용 |
|---|---|
| 피고인의 위기 | 자신이 하지 않은 행위로 저작권법 위반 유죄 판결을 받은 상황 |
| 입증의 어려움 | 같은 IP를 사용하는 사무실 내 6~7대의 PC 중 어느 기기에서 다운로드가 이루어졌는지 특정되지 않은 상황 |
| 수사의 공백 | 개별 PC에 대한 디지털 포렌식이 이루어지지 않아 실제 행위자를 특정할 수 없는 상황 |
피고인은 수사 단계부터 항소심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토렌트 프로그램을 설치한 사실과 영화를 시청한 사실은 인정하지만, 토렌트를 통해 직접 다운로드·업로드한 사실은 없다”고 주장하였습니다.
2. 핵심 쟁점 Q&A
Q1. 회사 와이파이 IP 주소에서 불법 다운로드가 이루어졌다면 사업주가 당연히 범인인가요?
A. 그렇지 않습니다. IP 주소는 인터넷 회선을 특정할 수 있을 뿐, 그 회선에 연결된 수많은 기기 중 어느 기기에서, 누가 행위를 하였는지를 특정하지는 못합니다.
이 사건에서 피고인의 회사 사무실에는 당시 6~7개의 업무용 PC가 비치되어 있었고, 5명의 정규직원이 근무하고 있었습니다. 와이파이 IP 주소로는 사무실 내 인터넷 회선 환경을 특정할 수 있을 뿐이고, 개별 PC에 대한 디지털 포렌식이 이루어지지 않은 이상 피고인이 직접 다운로드·업로드를 하였다고 단정할 수 없습니다.
항소심 법원은 이 점을 명확히 지적하였습니다. 사무실 내 6~7개의 PC가 있었음에도 개별적으로 토렌트 프로그램 설치 여부 및 이 사건 영상저작물 다운로드 여부를 가려내는 디지털 포렌식이 행해지지 않았다는 것이 무죄 판단의 중요한 근거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Q2. 1심은 왜 피고인에게 유죄를 선고하였나요?
A. 1심 법원은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피고인이 직접 다운로드·업로드를 하였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첫째, 피고인 스스로 회사 사무실에 토렌트 프로그램이 설치되어 있고 그 설치도 피고인이 직접 하였음을 인정하였습니다.
둘째, 다운로드가 2023. 10. 17. 18:47경부터 시작되어 이틀에 걸쳐 약 21시간 46분 동안 이루어졌는데, 다운로드 시작 시각이 저녁 6시 47분이라는 점에서 업무 방문 외부인이 다운로드하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셋째, 피고인도 다른 직원이 다운로드했을 가능성은 없다고 진술하였고, 직원들도 사무실에서 토렌트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진술하였습니다.
넷째, 피고인이 스트리밍 서비스(E)를 통해 이 사건 영화를 볼 수 있어 토렌트로 다운받을 이유가 없다고 주장하였으나, 해당 서비스에 이 영화가 공개된 시기는 범행일 이후인 2023. 11.경이었습니다.

Q3. 항소심은 왜 무죄로 뒤집었나요? 결정적 이유는 무엇인가요?
A. 항소심이 무죄를 선고한 결정적 이유는 직원 G의 진술이 항소심 단계에서 새롭게 제출되었기 때문입니다.
항소심에서 밝혀진 사실은 다음과 같습니다.
직원 G은 피고인이 경찰 조사를 받은 사실을 알게 된 후 회사 내에서 다른 직원들이 있는 자리에서 피고인에게 “아마 제가 다운받은 것 때문에 그런 것 같다”는 말을 하였습니다. G은 자신이 업무용 맥킨토시 컴퓨터에 토렌트 프로그램을 설치하여 이 사건 영화를 다운로드하여 보았으며, 당시 사용하던 컴퓨터는 현재도 사용 중이고 토렌트 프로그램은 삭제하였다고 진술하였습니다.
또한 항소심 법정에서 다른 직원 H는 G이 피고인에게 “제가 다운받은 게 문제가 됐나보다”라고 말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진술하였고, 직원 I는 불법 다운로드를 받은 사람이 누구인지 말이 오갈 때 G이 한숨을 쉬면서 “나야”라고 털어놓았다고 진술하였습니다.
이처럼 G이 실제 행위자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되자, 항소심 법원은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에 대한 공소사실이 합리적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 부족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Q4. ‘합리적 의심 없는 증명’이란 무엇이고, 이 사건에서 왜 중요한가요?
A. 형사재판에서 공소가 제기된 범죄사실에 대한 입증책임은 검사에게 있고,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합니다. 그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습니다.
항소심 법원은 이 법리를 명시적으로 인용하면서,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드는 사정들이 있기는 하지만 G이 실제 행위자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이상 합리적 의심 없는 증명이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이 사건이 중요한 이유는 바로 이 지점에 있습니다. 형사재판은 민사재판과 달리 ‘더 그럴 것 같다’는 개연성만으로는 유죄를 선고할 수 없습니다. 피고인이 범인일 가능성이 높더라도, 다른 사람이 범인일 합리적 가능성이 남아 있다면 무죄를 선고하여야 합니다. 이것이 무죄추정의 원칙과 형사소송법 제325조가 요구하는 바입니다.
Q5. 피고인은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하였나요?
A. 피고인의 대응 전략을 단계별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① 일관된 부인 — 피고인은 수사 단계부터 항소심에 이르기까지 토렌트 프로그램 설치 사실과 영화 시청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토렌트를 통한 직접 다운로드·업로드 사실은 일관되게 부인하였습니다. 이처럼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부인할 것은 부인하는 일관된 태도는 법원의 신뢰를 얻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② 항소 제기와 새로운 증거 확보 —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후 즉시 항소하여 항소심에서 직원 G, H, I의 증언을 새롭게 제출하였습니다. 특히 G의 자백에 가까운 진술과 이를 뒷받침하는 동료 직원들의 증언이 결정적이었습니다.
③ 수사의 공백 지적 — 사무실 내 6~7대의 PC에 대한 개별 디지털 포렌식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주장하였습니다. 수사기관이 IP 주소만으로 피고인을 특정하고 개별 기기에 대한 포렌식을 실시하지 않은 것은 입증의 공백으로 이어졌고, 이 공백은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작용하였습니다.

마치며
“그렇다면 사업주는 직원의 불법 다운로드 행위에 대해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나요?” 이 판결은 형사책임에 관한 것입니다. 형사책임은 행위자 본인에게만 귀속되는 것이 원칙이므로, 직원이 불법 다운로드를 하였다면 그 형사책임은 직원이 부담합니다. 그러나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사업주가 직원의 불법 행위를 알면서 방치하거나 관리·감독 의무를 소홀히 하였다면 민법상 사용자책임이 문제될 수 있습니다. 이 판결이 주는 가장 중요한 교훈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사업주는 회사 내 PC와 네트워크 사용에 관한 명확한 내부 규정을 마련하고 직원들에게 불법 다운로드 금지를 주지시켜야 합니다. 둘째, 수사기관은 IP 주소만으로 행위자를 특정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개별 기기에 대한 디지털 포렌식을 통해 실제 행위자를 특정하는 충분한 수사를 하여야 합니다. 억울한 피고인이 생기지 않도록, 그리고 실제 범인이 처벌받을 수 있도록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