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그룹 데뷔 프로젝트 전체를 맡기고 수억 원의 용역비를 지급했는데, 그 과정에서 만들어진 곡의 저작권이 내 것이 아니라고요?” 걸그룹 데뷔 프로젝트 저작권 분쟁
신인 걸그룹 데뷔 프로젝트를 위해 PM 용역계약을 체결한 원고 A 주식회사가 피고 주식회사 B, C, D를 상대로 제기한 저작권 확인 청구를 모두 기각하고 원고의 항소를 기각하였습니다(서울고등법원 2026. 3. 5. 선고 2025나207933 판결). 수억 원의 용역비를 지급하고 프로젝트 전반을 위임하였음에도 저작권이 원고에게 귀속되지 않는다는 이 판결은,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PM 계약 실무에 중요한 경고를 담고 있습니다. 지금부터 핵심 쟁점을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이 글을 끝까지 읽으시면 다음 정보를 얻으실 수 있습니다.
① PM(프로젝트 관리) 용역계약을 체결한 회사가 저작권 양도계약의 당사자가 될 수 없다고 판단된 이유
② 용역계약서에 명시되지 않은 업무에 대해 수행사가 보고의무를 지는지 여부
③ ‘sister label(자매 레이블)’이라는 표현이 계약 당사자 동일성 인정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 이유
④ 용역계약에 따라 상당한 보수를 지급하였더라도 저작재산권 확보 약정이 인정되지 않는 이유
⑤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PM 용역계약 체결 시 저작권 귀속 조항을 반드시 명시해야 하는 이유

걸그룹 데뷔 프로젝트 저작권 분쟁
걸그룹 데뷔 프로젝트 저작권 분쟁

1. 사실관계 요약 — 당사자가 직면한 위기

가. 사건의 경위

원고 A 주식회사는 신인 여자 아이돌(걸그룹) 개발 및 데뷔 프로젝트를 추진하기 위해 2021. 6. 1. 피고 B와 PM(Project Management) 업무 용역계약(이하 ‘이 사건 용역계약’)을 체결하였습니다. 계약 기간은 5년(2021. 6. 1.~2026. 5. 31.), 용역비는 연 311,600,160원(월 약 2,600만 원)이었습니다. 피고 B의 업무 범위에는 신규 법인 설립, 걸그룹 개발 업무 총괄, 앨범 기획·홍보·마케팅 기획, 외주 업무대행 및 용역업체 감독 등이 포함되었습니다.

피고 C와 D는 이 사건 걸그룹의 데뷔 앨범에 수록될 곡들을 작사·작곡한 작곡가들입니다. 피고 B는 2023. 2. 12. 피고 C, D와 사이에 이 사건 각 저작물(별지 목록 기재 각 곡)에 관한 저작재산권 양도계약(이하 ‘이 사건 저작권양도계약’)을 체결하고 45,000달러를 지급하여 저작재산권을 양수하였습니다. 이 저작권양도계약은 원고에게 사전 고지 없이 체결되었습니다.

원고는 이 사건 용역계약에 따라 피고 B가 원고를 위하여 저작재산권을 양수한 것이므로 저작재산권이 원고에게 귀속된다고 주장하며 소를 제기하였습니다.

나. 당사자들이 직면한 위기

구분내용
원고의 위기수억 원의 용역비를 지급하고 데뷔 프로젝트를 위임하였으나, 데뷔 앨범 수록곡의 저작재산권이 피고 B에게 귀속되어 자신의 아이돌 그룹 음악에 대한 권리를 행사할 수 없게 된 상황
피고 B의 위기원고로부터 저작권 확인 및 저작재산권 양도 청구를 받아 자신이 45,000달러를 지급하고 양수한 저작재산권을 빼앗길 위기
핵심 쟁점PM 용역계약의 업무 범위에 저작재산권 양수가 포함되는지, 피고 B가 원고를 위하여 저작재산권을 양수한 것인지 여부

2. 핵심 쟁점 Q&A

Q1. 이 사건 저작권양도계약의 당사자는 피고 B인가요, 원고인가요?

A. 법원은 이 사건 저작권양도계약의 당사자는 계약서에 명시된 피고 B이고, 원고가 당사자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원고는 피고 B가 이 사건 용역계약에 따라 원고의 대리인 또는 수임인으로서 원고를 위하여 저작권양도계약을 체결한 것이라고 주장하였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이 사건 저작권양도계약 체결 당시 작곡가들인 피고 C, D가 계약서상 당사자로 명시된 피고 B와는 법인격을 달리하는 원고를 계약 당사자라고 인식하였을 것으로 보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특히 피고 B 직원 W이 2022. 4. 26. 작곡가들 측에 자신이 원고 소속이라고 밝히면서 피고 B를 원고의 ‘sister label(자매 레이블)’이라고 칭한 사실이 있었으나, 법원은 그와 같은 사정만으로는 그로부터 10개월 가까이 지난 2023. 2. 12. 저작권양도계약 체결 당시 작곡가들이 원고를 계약 당사자라고 인식하였을 것으로 보기에는 부족하다고 명확히 판단하였습니다.

Q2. PM 용역계약을 체결하면 수행사가 저작재산권 양수 교섭 상황을 의뢰인에게 보고할 의무가 있나요?

A. 법원은 이 사건 용역계약의 문언에 비추어 피고 B에게 저작재산권 양수 교섭 진행 상황을 원고에게 보고할 의무 자체가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이 사건 용역계약 제2조 제2항에서 피고 B가 수행할 업무 범위로 걸그룹 개발 업무 총괄, 앨범 기획·홍보·마케팅 기획, 외주 업무대행 및 용역업체 감독 등을 규정하고 있으나, 이 사건 각 저작물에 관한 저작재산권 양수는 업무 범위로 기재되어 있지 않습니다. 법원은 원고와 피고 B 사이의 위임관계의 구체적 내용과 범위는 우선적으로 이 사건 용역계약의 문언의 해석에 따라야 한다고 전제하면서, 계약서에 명시되지 않은 사항에 대해 보고의무를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법원은 나아가 만일 피고 B가 저작재산권 양수 교섭에 나아감에 있어 원고에게 이를 고지하였다면 원고가 계약서를 변경하거나 공동으로 계약을 체결하였을 가능성이 있어 보이기는 하나, 이는 어디까지나 이 사건 용역계약 자체를 명시적으로 변경하거나 피고 B의 새로운 제안에 따라 별개의 사업에 원고가 참여하는 것일 뿐이라고 명확히 선을 그었습니다.

Q3. 용역계약에 따라 상당한 보수를 지급하였다면 저작재산권 확보 약정이 인정될 수 있나요?

A. 법원은 이를 부정하였습니다. 원고는 이 사건 용역계약 제2조 제2항에서 ‘신규 법인 사업 전반에 대한 운영, 관리, 자문’ 및 ‘기타 걸그룹 데뷔 프로젝트와 관련하여 필요한 업무 일체 및 부수 업무’ 등을 정하고 있고, 원고가 피고들 측에 상당한 금액의 보수를 지급하였다는 사정을 근거로 저작재산권 확보 약정이 포함되어 있다고 주장하였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그와 같은 사정들만으로는 이 사건 용역계약상 원고가 피고 B를 통하여 마스터음원계약상 권리를 확보하는 것을 넘어 저작재산권까지 확보하는 것까지 약정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또한 법원은 이 사건 용역계약 체결일로부터 약 열흘이 지난 2021. 6. 10. 원고의 정관상 ‘지식재산권(IP) 관련한 음악권리 매니지먼트업’이 원고의 사업 경영 목적으로 추가되었음에도 이 사건 용역계약에는 여전히 아무런 변경이 없었다는 점도 근거로 들었습니다.

PM 용역 계약 걸그룹 데뷔 프로젝트 저작권
PM 용역 계약 걸그룹 데뷔 프로젝트 저작권

Q4. 피고 B가 원고 몰래 저작재산권을 양수한 것은 신의칙 위반이 아닌가요?

A. 원고는 피고 B의 저작재산권 양수 행위가 사회통념상 위임의 신임관계를 해한다는 취지로 주장하였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이 사건 용역계약이 엄연히 체결된 이상, 원고와 피고 B 사이의 위임관계의 구체적 내용과 범위는 우선적으로 이 사건 용역계약의 문언의 해석에 따라야 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법원은 피고 B로서는 해당 음반의 향후 성공 여부가 불확실하였던 상황에서 자신의 사업 전망과 결단에 터 잡아 자신의 비용으로 위험을 부담하고 관련 저작재산권까지 양수하였다고 보아야 한다고 판시하였습니다. 원고가 피고 C이 피고 B 직원 W에게 원고 몰래 저작재산권을 양수하라고 지시하였다는 취지로 주장하였으나, 법원은 W이 현재 피고 B를 떠나 원고 소속 직원으로 일하고 있다는 점에서 W 작성 사실확인서는 객관적인 증거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습니다.

Q5. 원고는 이 위기를 어떻게 해결하려 하였고, 왜 실패하였나요?

A. 원고는 주위적 청구와 예비적 청구를 병행하는 전략을 구사하였습니다.

주위적으로는 이 사건 저작권양도계약의 실질적 당사자가 원고라는 점을 주장하며 저작재산권이 원고에게 있음을 확인해 달라고 청구하였습니다. 예비적으로는 피고 B가 원고를 위하여 저작재산권을 양수한 것이므로 45,000달러를 지급받음과 동시에 저작재산권을 원고에게 양도하라고 청구하였습니다. 또한 사단법인 E에 등록된 작사가·작곡가·권리출판사 기재의 말소도 함께 구하였습니다.

그러나 이 모든 청구가 기각된 근본적인 이유는 하나입니다. 이 사건 용역계약서에 저작재산권 양수에 관한 내용이 전혀 기재되어 있지 않았고, 원고 스스로도 저작권양도계약 체결 무렵 피고들과 사이에 저작재산권과 관련하여 주고받은 이메일 등 자료를 찾을 수 없다고 인정하였습니다. 계약서의 문언이 없는 상황에서 보수 지급이나 업무 위임의 포괄성만으로 저작재산권 귀속을 주장하는 것은 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법무법인 경세 김정민변호사 프로필
법무법인 경세 김정민변호사 프로필

마치며

“그렇다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PM 용역계약을 체결할 때 반드시 챙겨야 할 것은 무엇일까요?” 이 판결의 답은 명확합니다. PM 용역계약서에 저작재산권의 귀속에 관한 조항을 명시적으로 기재하지 않으면, 수행사가 프로젝트 과정에서 양수한 저작재산권은 의뢰인이 아닌 수행사에게 귀속됩니다. 수억 원의 용역비를 지급하고 프로젝트 전반을 위임하였더라도, 계약서에 저작재산권 귀속 조항이 없다면 법원은 계약서의 문언을 우선하여 해석합니다. 또한 정관에 음악권리 매니지먼트업을 추가하였더라도 용역계약서 자체를 변경하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걸그룹 데뷔 프로젝트처럼 저작권의 경제적 가치가 큰 사업을 추진할 때에는 반드시 계약서에 “프로젝트 수행 과정에서 취득하는 저작재산권은 의뢰인에게 귀속된다”는 조항을 명시하고, 저작재산권 양수 시 의뢰인에게 사전 보고하도록 하는 조항도 함께 포함시켜야 합니다. 이 판결은 계약서의 문언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엔터테인먼트 업계 전체에 다시 한번 일깨워 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