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사로 이직한 전직 개발자가 만든 프로그램이 우리 회사 프로그램과 똑같아 보이는데, 법원은 왜 저작권 침해가 아니라고 판단했을까요?” 소스코드 유사도가 낮으면 저작권 침해가 아님.
소프트웨어 개발회사인 원고가 전직 직원과 그 판매업자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등 청구에서, 원고 프로그램과 피고들 프로그램 사이에 실질적 유사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하며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였습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5. 9. 5. 선고 2021가합546981 판결). 소스코드 역컴파일과 AI 감정까지 동원된 이 사건에서 법원이 어떤 기준으로 침해를 부정하였는지, 지금부터 핵심 쟁점을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이 글을 끝까지 읽으시면 다음 정보를 얻으실 수 있습니다.
① 컴퓨터프로그램저작권 침해를 판단할 때 실질적 유사성을 어떻게 증명해야 하는지
② DLL 파일 역컴파일 및 Binary AI를 이용한 유사도 감정이 실제 소송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③ 클래스명·함수명이 일치해도 소스코드 유사성이 인정되지 않는 이유
④ 퇴사 시 작성한 비밀유지서약서 위반 주장이 왜 함께 배척되었는지
⑤ 프로그램 저작권 등록증에 공동저작자로 등록된 전직 직원의 지위를 회사가 뒤늦게 다툴 수 있는지

1. 사실관계 요약 — 당사자가 직면한 위기
가. 사건의 경위
원고는 소프트웨어 수탁 개발사업을 영위하는 회사이고, 피고 B은 1999년부터 2012년까지 원고 회사에서 프로그램 개발 업무를 수행하다가 퇴사한 사람입니다. 원고는 2004년경 ‘H’, ‘F’ 프로그램을, 2007년경 ‘M’, ‘N’ 프로그램(이 사건 원고 프로그램)을 개발하였는데, ‘H’, ‘F’에 대하여는 원고, O, 피고 B을 공동저작자로 하여 프로그램 등록이 이루어졌습니다.
피고 B은 퇴사 시 원고 재직 중 개발한 제품과 소스 프로그램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작성하였고, 이후 1년간 유지보수 계약을 체결하여 관련 업무를 수행하였습니다. 그런데 피고 B은 2016년경 ‘D’ 및 ‘E’라는 프로그램(이 사건 피고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판매하였고, 원고의 거래처 직원이었던 피고 C가 이를 판매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원고는 피고 B이 이 사건 원고 프로그램을 무단으로 복제·반출하여 이 사건 피고 프로그램을 개발하였다고 주장하며, 저작권 침해, 서약서 위반, 업무상 배임을 선택적 청구원인으로 하여 손해배상을 구하고, 나아가 ‘F’, ‘H’에 대한 단독 저작자 지위 확인까지 청구하였습니다.
나. 당사자들이 직면한 위기
| 구분 | 내용 |
|---|---|
| 원고의 위기 | 전직 직원이 개발한 경쟁 프로그램이 시장에서 판매되고 있음에도, 소스코드 자체를 직접 비교할 방법이 없어 침해 사실을 객관적으로 증명하기 어려운 상황 |
| 피고들의 위기 | 저작권 침해, 서약서 위반, 업무상 배임 주장과 함께 대규모 손해배상 청구 및 영업금지 청구까지 받아 사업 존속 자체가 위협받는 상황 |
| 핵심 쟁점 | DLL 파일만으로 소스코드 유사성을 증명할 수 있는지, 클래스명·함수명 일치가 실질적 유사성을 의미하는지, 전직 직원의 공동저작자 지위를 회사가 뒤늦게 다툴 수 있는지 |
2. 핵심 쟁점 Q&A
Q1. 컴퓨터프로그램저작권 침해가 인정되기 위한 요건은 무엇인가요?
A. 저작권 침해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침해자의 저작물이 저작권자의 저작물에 의거하여 이용되었어야 하고, 두 저작물 사이에 실질적 유사성이 인정되어야 합니다. 저작권의 보호 대상은 인간의 사상이나 감정을 구체적으로 외부에 표현한 창작적인 표현 형식이므로, 실질적 유사성을 판단할 때는 창작적인 표현 형식에 해당하는 것만을 가지고 대비해야 합니다(대법원 2021. 6. 30. 선고 2019다268061 판결). 컴퓨터프로그램저작권 침해 여부를 가리기 위해서도 두 컴퓨터프로그램저작물 사이에 실질적 유사성이 있는지를 판단할 때 창작적 표현형식에 해당하는 것만을 가지고 대비하여야 합니다(대법원 2013. 3. 28. 선고 2010도8467 판결).
이 사건에서 법원은 위 법리를 전제로,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이 사건 원고 프로그램과 이 사건 피고 프로그램 사이에 실질적 유사성이 인정된다고 보기 부족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5. 9. 5. 선고 2021가합546981 판결).
Q2. DLL 파일을 역컴파일하여 유사도를 분석하는 방법은 왜 한계가 있었나요?
A. 원고는 한국저작권위원회에 이 사건 원고 프로그램과 피고 프로그램의 DLL 파일을 역컴파일하여 소스코드로 복원한 후 비교하는 감정을 신청하였습니다. 그러나 이 사건 원고 프로그램의 DLL 파일이 C++ 언어로 작성되어 역컴파일 도구로도 소스코드 복원이 어려웠습니다. 이에 대안으로 인공지능 기반 분석 도구인 ‘Binary AI’를 이용하여 함수 단위의 유사도를 분석하였는데, 그 결과 이 사건 피고 프로그램 E의 DLL 파일에서 도출된 함수 중 원고 프로그램과 동일하거나 극히 유사한 함수의 비율은 0.36%, D의 경우 0.23%에 불과하였습니다.
원고는 컴파일러 버전 차이로 유사도가 낮게 나왔다고 주장하였으나, 한국저작권위원회는 컴파일 환경에 따른 차이를 감안하여 보수적으로 해석한 것이며 그러한 차이가 Binary AI 도구의 신뢰도를 저해할 정도는 아니라고 회신하였습니다. Score 기준을 낮추더라도 유사 함수의 비율이 높지 않아, 결국 소스코드 자체의 유사성을 직접 증명할 자료는 확보되지 못하였습니다.

Q3. 클래스명과 함수명이 상당 부분 일치한다면 저작권 침해로 볼 수 있나요?
A. 반드시 그렇지는 않습니다. 이 사건에서 두 프로그램의 DLL 파일을 역컴파일하여 도출한 클래스명과 함수명의 상당 부분이 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러나 한국저작권위원회는 클래스명과 함수명만을 확인한 것일 뿐 각 클래스·함수의 구체적인 소스코드 내용을 분석한 것은 아니라고 명확히 밝혔습니다.
나아가 한국저작권위원회는 클래스명·함수명의 일치도가 높다고 하여 반드시 원본 소스코드가 유사하다고 해석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회신하였는데, 그 이유는 실행파일에는 직접 작성한 소스코드뿐 아니라 개발 도구에서 자동 생성되는 소스코드나 라이브러리 정보도 포함되기 때문입니다. 법원은 이러한 감정 결과를 근거로, 클래스명·함수명의 일치만으로는 소스코드의 유사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였습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5. 9. 5. 선고 2021가합546981 판결). 창작적 표현형식이 아닌 부분(자동 생성 코드, 라이브러리, 명칭 등)은 실질적 유사성 판단에서 제외되어야 한다는 법리가 그대로 적용된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Q4. 퇴사 시 작성한 비밀유지서약서 위반 주장은 왜 받아들여지지 않았나요?
A. 원고는 피고 B이 재직 중 개발한 프로그램과 소스코드를 사용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위반하였다고 주장하였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수사보고서에 2011. 10. 23.경 피고 B의 하드디스크에 ‘F’ 및 ‘H’이 저장되었다는 내용만 확인될 뿐, 이 사건 원고 프로그램(M, N)을 무단으로 복제·반출하였다고 볼 자료가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또한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이 사건 피고 프로그램이 이 사건 원고 프로그램과 실질적으로 유사하다고 보기 어려운 이상, 서약서에서 금지한 ‘소스 프로그램의 사용’이 있었다고 인정하기도 어려웠습니다. 결국 저작권 침해 주장과 서약서 위반 주장, 나아가 업무상 배임 주장까지 모두 ‘무단 복제·반출 사실 및 실질적 유사성의 부존재’라는 동일한 사실인정에 기초하여 함께 배척되었습니다.
Q5. 회사가 저작권 등록 당시 공동저작자로 등록된 전직 직원의 지위를 뒤늦게 다툴 수 있었나요?
A. 원고는 ‘F’, ‘H’이 업무상저작물로서 원고가 단독 저작자이고, 피고 B이 공동저작자로 등록된 것은 행정상 착오라고 주장하였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로 법원은, 피고 B이 원고 회사 재직 중 위 프로그램 개발을 위한 알고리즘과 소스코드 제작 업무를 주도한 사실, 함께 개발에 참여한 다른 직원들은 피고 B과 달리 공동저작자로 등록되지 않은 사실, 원고가 2004년경부터 저작권 등록증에 피고 B이 권리자로 등록되어 있었음에도 재직 중이나 퇴사 후에도 저작권 이전등록을 요구하는 등의 조치를 전혀 취하지 않은 사실을 들었습니다. 단순히 등록 과정의 착오라고 주장하기에는, 등록 이후 장기간 이를 시정하려는 어떠한 조치도 없었다는 점이 불리하게 작용한 것입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5. 9. 5. 선고 2021가합546981 판결).
Q6. 원고는 이 위기를 어떻게 해결하려 하였고, 왜 성공하지 못하였나요?
A. 원고는 여러 층위의 전략을 구사하였습니다. 우선 소스코드 직접 비교가 어려운 상황에서 DLL 파일 역컴파일과 AI 기반 유사도 분석이라는 기술적 감정 방법을 통해 침해를 증명하려 하였습니다. 또한 저작권 침해, 서약서 위반, 업무상 배임이라는 세 가지 청구원인을 선택적으로 구성하여 어느 하나라도 인정받으면 승소할 수 있도록 청구를 설계하였고, 나아가 공동피고인 판매업자에 대해서도 공모 또는 방조를 주장하였습니다. 소송 진행 중에는 저작자 확인 청구까지 추가하여 공동저작자 등록 자체를 무력화하려는 시도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다각적 전략은 모두 ‘실질적 유사성 및 무단 복제 사실의 부존재’라는 하나의 사실인정에 부딕혀 무너졌습니다. 기술적 감정에서 함수 단위 유사도가 1% 미만으로 나타난 것이 결정적이었고, 클래스명·함수명 일치라는 유리한 사정도 감정기관의 명확한 한계 설명으로 힘을 잃었습니다. 결국 선택적 청구원인들이 공통의 사실적 기초를 공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 기초가 무너지자 모든 청구가 함께 기각되는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마치며
“그렇다면 전직 직원의 경쟁 프로그램 개발을 저작권 침해로 다투려는 기업은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요?” 이 판결은 중요한 실무적 시사점을 남깁니다. 소스코드 자체를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DLL 파일 역컴파일이나 AI 분석에만 의존하는 것은 실질적 유사성 증명에 한계가 있으며, 클래스명·함수명의 일치는 보조적 증거에 불과할 뿐 소스코드의 창작적 표현 자체가 유사하다는 점을 직접 증명하지 못하면 침해 주장은 받아들여지기 어렵습니다. 또한 프로그램 저작권 등록 시 공동저작자로 등록된 사실을 그대로 방치한 채 장기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면, 이후 이를 단순 행정상 착오로 되돌리기는 매우 어렵다는 점도 분명히 확인되었습니다. 핵심 인력의 이직과 저작권 분쟁을 예방하려면, 프로그램 개발 초기 단계에서부터 저작자 등록 내용을 정확히 관리하고 소스코드 자체를 체계적으로 보관·관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교훈을 이 판결은 분명히 보여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