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서 검색해서 가져온 그림으로 벽화를 만들었을 뿐인데,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고요?” 요양원, 카페, 식당 등 많은 사업장에서 인터넷에서 찾은 이미지를 벽화나 홍보물에 활용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 일러스트 무단 사용 분쟁
저작권 표시가 없으면 무료로 써도 된다고 생각하셨나요? 광주지방법원 2026. 6. 4. 선고 2025가단39846 판결은 요양원 운영자가 일러스트 작가의 그림을 무단으로 벽화, 소식지, 시트지에 사용하여 약 7년간 저작권을 침해한 사건에서 900만 원의 손해배상을 명한 사례입니다. 원고가 청구한 8,000만 원 중 왜 900만 원만 인정되었는지, 피고의 항변은 왜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았는지 지금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요양원 벽화에 일러스트 무단 사용
요양원 벽화에 일러스트 무단 사용

1. 사실관계 요약 — 당사자가 직면한 위기

가. 사건의 경위

원고 A는 일러스트레이션 작가로서 2013년경 저작물 위탁판매업체들과 계약을 체결하여 다수의 일러스트 저작물을 창작하고, 2016년 저작물 판매 회사 ‘C’를 설립하여 저작물 사용권 판매 사업을 영위하고 있었습니다.

피고 B는 경산시에서 E요양원을 운영하면서 다음과 같이 세 가지 방식으로 원고의 저작물을 무단 사용하였습니다.

행위내용기간
제1행위원고의 그림 9개를 변형하여 요양원 지하 1층 벽화 제작·전시, 홈페이지 게시2017. 2. ~ 2023. 8.
제2행위원고의 그림 12개를 요양원 소식지 등 배경이미지로 삽입, 블로그·홈페이지 게시2017. 2. 2. ~ 2024. 1. 11.
제3행위원고의 그림 ‘O’를 요양원 외벽 시트지에 삽입, 홈페이지 게시2021. 4. 20.

나. 당사자가 직면한 위기

원고(저작권자) 측의 위기는 약 7년에 걸친 광범위한 저작권 침해를 입증하고 적정한 손해액을 산정하는 것이었습니다. 원고는 저작권법 제125조 제2항에 따라 통상 받을 수 있는 금액의 합계 122,161,000원 중 일부인 80,000,000원을 청구하였으나, 법원은 최종적으로 재산상 손해 700만 원과 위자료 200만 원, 합계 900만 원만을 인정하였습니다.

피고(요양원 운영자) 측의 위기는 저작권 침해 사실 자체는 부인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책임을 면하거나 손해액을 최소화하여야 하는 것이었습니다. 피고는 형사 절차에서도 저작권교육조건부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상태였습니다.

2. 핵심 쟁점 Q&A

Q1. 인터넷에서 검색한 이미지를 사용하면 저작권 침해가 되나요?

A. 네, 됩니다. 인터넷에 공개된 이미지라도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 사용하면 저작권 침해가 됩니다. 이 사건에서 피고는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전통놀이’ 등의 검색어로 찾은 이미지를 사용하였고, 권리관리정보 표시가 없어 자유이용이 허락된 것으로 판단하였다고 주장하였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원고의 블로그에 게시된 그림 하단에는 ‘CopyrightⒸA All right Reserved, A 일러스트’라고 기재되어 있었고, 피고도 이 사건 벽화가 원고의 저작물을 복제한 것임을 인정하고 있었습니다. 법원은 피고가 충분한 주의를 기울였더라면 저작권자가 누구인지 인식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판단하여 고의 또는 과실을 인정하였습니다.

핵심은 이것입니다. 저작권 표시가 없다고 해서 저작권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저작물은 창작과 동시에 저작권이 발생하며, 별도의 등록이나 표시가 없어도 보호됩니다.

Q2. 요양원 벽화나 소식지 사용이 ‘사적 이용을 위한 복제’에 해당하지 않나요?

A. 해당하지 않습니다. 저작권법 제30조는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고 개인적으로 이용하거나 가정 및 이에 준하는 한정된 범위 안에서 이용하는 경우에만 복제를 허용합니다.

법원은 두 가지 이유에서 피고의 주장을 배척하였습니다.

첫째, ‘영리의 목적’은 널리 경제적인 이익을 취득할 목적을 의미하는데, 피고가 요양원 운영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저작물을 사용한 것으로 보이므로 영리 목적이 없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둘째, 이 사건 행위들은 모두 피고의 요양원에서 이루어졌고, 2017년 3월경 요양원에는 49명의 노인들이 입소해 있었습니다. 이는 개인적 이용이나 가정 및 이에 준하는 한정된 범위 안에서의 이용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일러스트 무단 사용-요양원 벽화
일러스트 무단 사용-요양원 벽화

Q3. 벽화를 배경으로 촬영한 사진은 ‘부수적 복제’로 면책되지 않나요?

A. 이 사건에서는 면책되지 않습니다. 저작권법 제35조의3은 사진촬영 등의 과정에서 보이거나 들리는 저작물이 촬영의 주된 대상에 부수적으로 포함되는 경우 복제·공중송신 등을 허용합니다.

그러나 법원은 이 규정이 사진촬영 과정에서 원저작물이 그대로 복제된 경우에 적용된다고 해석하였습니다. 이 사건에서 촬영된 것은 원저작물인 원고의 그림이 아니라, 원고의 그림을 변형하여 제작한 이 사건 벽화였습니다. 즉, 피고가 이미 저작권을 침해하여 만든 벽화를 촬영한 것이므로, 부수적 복제 규정이 적용될 여지가 없다는 것입니다.

이 판단은 매우 중요한 시사점을 줍니다. 부수적 복제 면책은 적법하게 존재하는 저작물이 우연히 촬영에 포함된 경우에 적용되는 것이지, 이미 침해 행위로 만들어진 결과물을 촬영하는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Q4. 원고가 8,000만 원을 청구했는데 왜 900만 원만 인정되었나요?

A. 이 부분이 이 판결에서 가장 실무적으로 중요한 쟁점입니다. 저작권법 제125조 제2항은 저작권 침해로 인한 손해액을 ‘그 권리의 행사로 통상 받을 수 있는 금액’으로 산정할 수 있도록 규정합니다.

원고는 자신이 운영하는 ‘C’ 웹사이트의 가격표(옥외광고 연 120만 원, 인터넷 연 30만 원, 벽화 연 300만 원 등)를 기준으로 122,161,000원의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주장하였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원고의 가격표를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였습니다.

  • 이 사건 행위의 태양, 동기 및 경위 등을 고려할 때 가격표의 합리성 여부를 떠나 그대로 적용하기 곤란한 점
  • 저작물 개수가 많아지고 사용기간이 길어질수록 단가가 감액되는 것이 통상적인 거래 방식인 점
  • 원고가 이 사건과 유사한 형태의 이용계약을 맺고 이용료를 받은 사례가 증명되지 않은 점
  • 업계에서 일반화된 이용료가 증명되지 않은 점

결국 법원은 저작권법 제126조에 따라 변론 전체의 취지 및 증거조사 결과를 참작하여 재산상 손해액을 700만 원으로 직권 산정하였습니다. 여기에 저작인격권 침해로 인한 위자료 200만 원을 더하여 최종 900만 원이 인정되었습니다.

이 사건의 교훈은 명확합니다. 저작권 침해 손해배상 소송에서 높은 손해액을 인정받으려면 자신의 저작물이 실제로 그 금액에 거래된 사례나 업계의 일반화된 이용료를 구체적인 증거로 입증하여야 합니다. 가격표만으로는 부족합니다.

Q5. 피고는 이 위기를 어떻게 대응하였나요?

A. 피고는 크게 세 가지 법적 항변을 시도하였습니다.

① 고의·과실 부존재 주장 — 권리관리정보 표시가 없어 자유이용이 허락된 것으로 알았다고 주장하였으나, 법원은 원고 블로그의 저작권 표시와 피고의 인식 가능성을 근거로 배척하였습니다.

② 사적 이용을 위한 복제 주장 — 영리 목적이 없는 개인적 이용이라고 주장하였으나, 요양원 운영이라는 영리적 맥락과 49명의 입소자가 있는 시설이라는 점에서 배척되었습니다.

③ 부수적 복제 주장 — 벽화를 배경으로 촬영한 것은 부수적 복제에 해당한다고 주장하였으나, 이미 침해 행위로 만들어진 벽화를 촬영한 것이므로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배척되었습니다.

결과적으로 피고의 모든 항변은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다만 손해액 산정 단계에서 원고의 가격표가 그대로 적용되지 않아 최종 인용액이 대폭 감액되는 결과가 되었습니다.

그림 저작권 변호사 김정민
그림 저작권 변호사 김정민

마치며

“그렇다면 사업장에서 인터넷 이미지를 사용할 때 어떻게 해야 안전한가요?” 답은 간단합니다. 반드시 저작권자로부터 이용 허락을 받거나, 상업적 이용이 명시적으로 허용된 저작물(CC 라이선스 등)만 사용하여야 합니다. 이 사건의 피고는 요양원 운영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선의로 그림을 사용하였지만, 결국 형사 기소유예 처분과 민사 손해배상 판결을 동시에 받는 결과를 맞이하였습니다. 저작권 침해는 고의가 없어도 과실만으로 성립하며, 사용 기간이 길어질수록 손해액도 누적됩니다. 지금 사업장에서 사용 중인 이미지의 저작권 상태를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