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이 몰래 설치한 프로그램 때문에 사장도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고요? 그런데 정품 가격이 7,400만 원인데 왜 1,000만 원만 배상하면 되나요?” 금형 설계 프로그램 하나를 무단으로 복제했다가 형사처벌에 민사 손해배상 소송까지 당한 사건이 있습니다. 정품 프로그램 무단 복제 분쟁
컴퓨터프로그램 저작권 침해 사건에서 원고가 청구한 3,400만 원 중 1,000만 원만 인정한 사례입니다. 정품 가격과 실제 손해배상액이 왜 이렇게 차이가 나는지, 사용자책임은 어떻게 적용되는지 지금부터 살펴보겠습니다.

1. 사실관계 요약 — 당사자가 직면한 위기
가. 사건의 경위
원고 A는 금형 등 설계·제작을 위한 컴퓨터프로그램 저작물인 ‘D’ 프로그램(이하 ‘이 사건 프로그램’)의 저작권자로, 라이선스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저작물 이용을 허락하고 있었습니다.
피고 C는 경북 구미시에서 ‘E’라는 상호로 가정용 전기부품·자동차 부품 등의 절삭가공 사업을 운영하는 사람이고, 피고 B은 피고 C의 배우자로서 E를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사람입니다.
피고 B은 2022. 12. 8.경 E 사업장의 컴퓨터에 이 사건 프로그램을 무단으로 복제·설치하여 사용하였고, 이로 인해 저작권법 제136조 제1항 제1호 위반으로 2023. 5. 15. 벌금 300만 원의 약식명령을 발령받아 확정되었습니다 (저작권법 제136조 제1항 제1호).
나. 당사자가 직면한 위기
| 당사자 | 위기 내용 |
|---|---|
| 원고(저작권자) | 정품 가격 7,400만 원 상당의 프로그램이 무단 복제되었으나, 실제 손해액 입증이 어려운 상황 |
| 피고 B(침해자) | 형사처벌(벌금 300만 원 확정) 외에 민사 손해배상 책임까지 부담 |
| 피고 C(사업주) | 직접 침해 행위를 하지 않았음에도 사용자책임으로 공동 배상 의무 부담 |
원고는 이 사건 프로그램 정품 사용료 7,400만 원 상당의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며 그 일부인 3,400만 원을 청구하였으나, 법원은 최종적으로 1,000만 원만 인정하였습니다.
2. 핵심 쟁점 Q&A
Q1. 형사 약식명령이 확정되면 민사 손해배상도 자동으로 인정되나요?
A. 자동으로 인정되지는 않지만, 매우 강력한 증거가 됩니다. 법원은 민사재판에서 형사재판의 사실인정에 구속을 받는 것은 아니지만, 동일한 사실관계에 관하여 이미 확정된 형사판결이 유죄로 인정한 사실은 유력한 증거자료가 된다고 판시하였습니다. 따라서 이와 반대되는 사실을 인정하려면 특별한 사정이 있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 피고 B의 무단 복제·사용에 관한 약식명령이 확정된 이상, 피고들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이와 반대되는 사실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되어 저작권 침해 사실 자체는 그대로 인정되었습니다.
Q2. 직접 복제하지 않은 사업주 피고 C도 왜 손해배상 책임을 지나요?
A. 민법 제756조의 사용자책임이 적용되기 때문입니다. 사용자책임이란 피용자가 사무집행에 관하여 제3자에게 손해를 가한 경우 사용자도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지는 것을 말합니다.
이 사건에서 피고 C는 E의 명의상 대표이고, 피고 B은 피고 C의 배우자로서 E를 실질적으로 운영하였습니다. 법원은 피고 C가 피고 B의 사용자로서 사용자책임을 부담한다는 원고의 주장에 대해 피고들이 다투지 않았다는 점을 근거로 피고 C의 공동 배상 의무를 인정하였습니다.
결국 피고들은 공동하여 손해배상금 1,000만 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되었습니다.

Q3. 정품 가격이 7,400만 원인데 왜 저작권법 제125조 제2항이 적용되지 않았나요?
A. 저작권법 제125조 제2항은 ‘그 권리의 행사로 통상 받을 수 있는 금액에 상당하는 액’을 손해액으로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합니다 (저작권법 제125조 제2항). 여기서 ‘통상 받을 수 있는 금액’이란 침해자가 프로그램저작물의 사용허락을 받았더라면 사용대가로서 지급하였을 객관적으로 상당한 금액을 말합니다 (대법원 2001. 6. 26. 선고 99다50552 판결).
법원이 정품 가격 7,400만 원을 그대로 적용하지 않은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 첫째, 이 사건 프로그램은 모듈별로 개별 구매가 가능하고 각 모듈마다 별도의 가격이 책정되어 있었습니다.
- 둘째, 피고 B이 프로그램의 모듈 전체를 사용하기 위해 설치하였다고 보이지 않았습니다.
- 셋째, 피고가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한다면 전체가 아니라 필요한 일부 모듈만 선택하여 구매하였을 것으로 보였습니다.
이러한 사정들을 종합하면 7,400만 원이 ‘객관적으로 상당한 금액’이라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저작권법 제125조 제2항 대신 제126조를 적용하였습니다 (저작권법 제126조).
Q4. 그렇다면 법원은 어떻게 1,000만 원이라는 손해액을 산정했나요?
A. 저작권법 제126조는 손해가 발생한 사실은 인정되나 제125조에 따른 손해액을 산정하기 어려운 때에는 변론의 취지 및 증거조사의 결과를 참작하여 상당한 손해액을 인정할 수 있다고 규정합니다 (저작권법 제126조). 법원은 이 규정에 따라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1,000만 원을 산정하였습니다 (대법원 2010. 3. 11. 선고 2007다76733 판결).
- 피고 B은 가격이 1,000만 원인 F 모듈만을 사용하였다고 주장한 점
- 피고 B이 프로그램 모듈 전부를 복제한 사실은 인정되나 전부를 사용하였는지는 불분명한 점
- E의 사업 내용과 영세한 규모에 비추어 일부 모듈만 업무에 사용하였을 가능성이 높은 점
- 피고들이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한다면 필요한 모듈만 선택하였을 것으로 보이는 점
- 피고 B이 사용을 자인하는 F 모듈의 가격이 1,000만 원(부가세 별도)인 점
- 무단 복제가 이루어진 2022. 4. 30.경부터 압수수색 영장 집행 전날인 2023. 1. 10.까지의 사용 기간
이처럼 법원은 실제로 사용한 모듈의 범위와 사업체의 규모, 사용 기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재량으로 손해액을 산정하였습니다
Q5. 피고들은 이 위기를 어떻게 대응하였나요?
A. 피고들의 대응 전략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① 침해 주체 다툼 시도 피고들은 이 사건 프로그램을 복제·사용한 것은 E에 잠시 소속되었던 엔지니어이고 피고들은 이를 잘 알지 못하였다고 주장하였습니다. 그러나 이미 피고 B의 약식명령이 확정된 상태에서 이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② 손해액 다툼 — 모듈 한정 주장 피고 B은 이 사건 프로그램 중 가격이 1,000만 원인 F 모듈만을 사용하였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이 주장은 법원이 손해액을 산정하는 과정에서 실질적으로 반영되었습니다. 원고가 청구한 3,400만 원 대비 1,000만 원으로 손해액이 대폭 감액된 데에는 이 주장이 중요한 역할을 하였습니다.
③ 영세 업체임을 강조 피고들은 E가 영세한 업체임을 강조하며 원고의 청구가 과도하다고 주장하였고, 법원도 E의 사업 내용과 영세한 규모를 손해액 산정의 고려 요소로 반영하였습니다.

마치며
“그렇다면 프로그램을 무단으로 복제해도 실제로 사용한 모듈 가격만 배상하면 되는 건가요?” 이 판결을 그렇게 해석하시면 안 됩니다. 이 사건에서 피고 B은 형사처벌(벌금 300만 원)과 민사 손해배상(1,000만 원)을 동시에 부담하였고, 사업주인 피고 C도 공동 배상 의무를 졌습니다. 손해액이 감액된 것은 피고가 실제로 사용한 모듈의 범위를 구체적으로 주장하고 법원이 이를 수용한 결과입니다. 만약 전체 모듈을 사용하였다는 증거가 충분하였다면 손해액은 훨씬 높아졌을 것입니다. 업무용 소프트웨어의 정품 라이선스 구매는 선택이 아니라 의무입니다. 무단 복제는 형사처벌과 민사 손해배상이라는 이중의 법적 책임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반드시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저작권법 제125조, 제126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