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사가 제공한 데이터를 참고해서 서비스를 개발했는데, 그게 부정경쟁행위라고요?” 스타트업이나 IT 서비스 업계에서 일하시는 분이라면 이 질문이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을 것입니다. 리뷰 데이터 참고로 부정경쟁(성과물) 분쟁
대학교 리뷰 서비스를 운영하는 두 회사 사이에서 벌어진 이 분쟁은, 데이터와 API가 부정경쟁방지법상 ‘성과’로 보호받을 수 있는지, 그리고 그 사용 여부를 누가 어떻게 증명해야 하는지에 관한 중요한 법리를 담고 있습니다. 대법원 2026. 7. 9. 선고 2023다290355 판결, 지금부터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경쟁사 리뷰 데이터 참고-부정경쟁 성과물 침해
경쟁사 리뷰 데이터 참고-부정경쟁 성과물 침해

1. 사실관계 요약 — 당사자가 직면한 위기와 문제

가. 두 회사의 관계와 분쟁의 시작

피고 주식회사 △△는 대학교 리뷰 서비스를 운영하며 방대한 리뷰 데이터를 수집·가공하여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입니다. 원고 주식회사 ○○○는 2016년경부터 인터넷 강좌 리뷰 서비스 ‘□□’를, 2017년경부터 기업 리뷰 서비스 ‘◇◇’를 운영하던 회사로, 이후 대학교 리뷰 서비스 분야에도 진출하였습니다.

원고는 서비스 개발 과정에서 피고로부터 엑셀 형식으로 리뷰 데이터를 제공받거나 피고의 API를 통해 데이터를 열람한 사실이 있었습니다. 피고는 원고가 이 데이터와 API를 무단으로 사용하여 경쟁 서비스를 개발하였다고 주장하며 분쟁이 시작되었습니다.

나. 소송의 구조와 당사자들이 직면한 위기

이 사건은 본소와 반소가 맞붙은 복잡한 구조였습니다.

당사자청구 내용
원고(본소)자신의 서비스 제공행위에 관하여 피고에 대한 부정경쟁행위·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채무가 존재하지 않음을 확인
피고(반소)원고의 온라인 서비스 제공 금지 및 손해배상 30,000,000원 청구

원고가 직면한 위기는 명확하였습니다. 1심에서는 원고가 본소에서 일부 승소하였으나, 항소심(원심)에서 피고의 반소 손해배상청구가 일부 인용(20,000,000원)되면서 원고가 패소하는 상황이 발생하였습니다. 원고 입장에서는 자신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서비스가 경쟁사의 데이터를 무단 사용한 부정경쟁행위로 낙인찍힐 위기에 처한 것입니다.

피고 역시 위기가 있었습니다. 자신이 공들여 구축한 리뷰 데이터와 API가 경쟁사에 의해 무단으로 활용되었다고 주장하였으나, 이를 법적으로 입증하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2. 핵심 쟁점 Q&A

Q1. 이 사건에서 대법원이 직권으로 먼저 판단한 것은 무엇인가요?

A. 대법원은 상고이유를 판단하기에 앞서 심판범위에 관한 법리 위반을 직권으로 지적하였습니다.

1심은 원고의 본소 청구 중 일부를 인용하고, 나머지 부분에 관한 소를 각하하였습니다. 그런데 항소심에 항소한 것은 피고뿐이었고, 원고는 1심의 소 각하 부분에 대해 불복하지 않았습니다.

대법원은 이 경우 1심판결이 소를 각하한 부분은 피고만 항소하였더라도 항소심에 이심되기는 하지만, 원고가 불복하지 않은 이상 항소심의 심판범위에는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습니다. 따라서 그 부분은 원심판결 선고와 동시에 확정되어 소송이 종료된 것인데, 원심이 이를 심판범위에 포함시켜 판단한 것은 잘못이라고 보았습니다.

이 부분은 민사소송의 이심 효력과 심판범위에 관한 중요한 법리로, 항소심에서 심판범위를 잘못 설정하면 판결 자체가 파기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Q2. 부정경쟁방지법 (파)목이란 무엇인가요?

A.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파)목은 2013년 7월 30일 신설된 조항으로, 타인의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 등을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영업을 위하여 무단으로 사용함으로써 타인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를 부정경쟁행위로 규정합니다.

대법원은 이 조항이 기존 부정경쟁방지법의 적용 범위에 포함되지 않았던 새로운 유형의 부정경쟁행위를 규율하기 위한 보충적 일반조항이라고 설명하였습니다. 새로이 등장하는 경제적 가치를 지닌 무형의 성과를 보호하고, 변화하는 거래관념을 적시에 반영하기 위한 것입니다.

(파)목의 ‘성과 등’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할 때에는 결과물의 명성이나 경제적 가치, 고객흡인력, 해당 사업 분야에서의 비중과 경쟁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합니다. 또한 그 성과가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공공영역에 속하지 않아야 합니다.

타사 리뷰 데이터 참고의 법적 한계
타사 리뷰 데이터 참고의 법적 한계

Q3. 피고의 리뷰 데이터는 (파)목의 ‘성과’로 인정되었나요?

A. 네, 인정되었습니다. 대법원은 이 사건 리뷰 데이터가 (파)목의 ‘성과 등’에 해당한다고 본 원심 판단을 정당하다고 수긍하였습니다.

피고가 대학교 리뷰 서비스를 위해 수집·가공한 리뷰 데이터는 그 수집에 투입된 노력·비용·기간, 그로 인해 갖게 된 명성과 경제적 가치, 고객흡인력, 대학교 리뷰 서비스 분야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경쟁력 등을 고려할 때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에 해당한다고 본 것입니다.

이 부분은 데이터 자체도 (파)목의 보호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한 것으로, 데이터 경제 시대에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Q4. 피고의 API는 왜 (파)목의 ‘성과’로 인정되지 않았나요?

A. 대법원은 이 사건 API가 (파)목의 ‘성과 등’에 해당한다고 본 원심 판단을 파기하였습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이 사건 API와 같은 서버 데이터 조회 방법은 피고 서비스 이전부터 대학교 리뷰 서비스 분야에서 이미 널리 알려진 것이었습니다. 구체적인 입력 인자 및 출력 인자 등 세부 사항도 일반적인 API에 포함되는 요소와 크게 다르지 않아 비슷한 기능을 수행하는 API라면 통상적으로 가지는 요소에 불과하였습니다.

둘째, 원심 스스로도 (차)목 판단 부분에서는 이 사건 API가 동종 업계에서 널리 알려진 아이디어에 해당하고 경제적 가치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하였습니다. 그런데 (파)목 판단 부분에서는 별다른 구체적 이유 없이 성과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판결 이유가 모순되었습니다.

셋째, 피고도 API가 성과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면서도 투입한 투자나 노력의 내용과 정도를 구체적으로 밝히거나 이를 증명하는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습니다.

대법원은 이 점을 지적하며 (파)목의 성과 해당 여부에 대한 증명책임은 부정경쟁행위를 주장하는 자(피고)에게 있다는 법리를 명확히 하였습니다.

Q5. 원고가 리뷰 데이터와 API를 실제로 ‘사용’하였다는 점은 왜 인정되지 않았나요?

A. 대법원은 원고가 이 사건 리뷰 데이터와 API를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무단 사용하였다는 원심 판단도 파기하였습니다. 그 근거는 다음과 같습니다.

파기 근거내용
피고의 증명 부족수많은 리뷰 데이터 중 단 하나라도 원고 서비스에 실제 사용되었음을 증명하는 증거를 제출하지 못함
원고의 독자적 수집 증거원고는 서비스 출시 후 4차례 이벤트를 통해 리뷰 데이터를 직접 수집하고 경품비용을 지출하였다는 증거를 제출
원고의 기존 기술력원고는 2016년부터 리뷰 서비스를 운영하며 데이터 처리 방식에 관한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었음
독자적 개발 가능성원고 서비스는 기존에 운영하던 ‘◇◇’ 서비스와 유사한 표현 방식과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어 독자적 개발 가능성이 있음
혼동가능성 부재서비스 외형이 비슷하더라도 수요자·거래자들에게 양 서비스가 실질적으로 동일하거나 유사하여 혼동가능성이 있다고 볼 사정이 없음

대법원은 이를 종합하여 원심이 (파)목의 부정경쟁행위 성립과 증명책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였다고 판단하였습니다.

Q6. 이 소송에서 전략적으로 잘한 점과 아쉬운 점은 무엇인가요?

A. 이 소송의 전략적 포인트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잘한 점 ✅

① 원고의 독자적 데이터 수집 증거 확보 원고는 서비스 출시 후 4차례의 이벤트를 통해 리뷰 데이터를 직접 수집하고 경품비용을 지출하였다는 증거를 제출하였습니다. 이는 피고의 데이터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소극적 주장에 그치지 않고, 독자적 수집 경로를 적극적으로 입증한 것으로 대법원의 판단에 긍정적으로 작용하였습니다.

② 기존 서비스와의 연속성 강조 원고가 2016년부터 리뷰 서비스를 운영하며 축적한 기술력과 노하우, 그리고 원고 서비스가 기존 ‘◇◇’ 서비스와 유사한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점을 부각한 것은 독자적 개발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효과적인 전략이었습니다.

아쉬운 점 ❌

① 피고의 증명 전략 실패 피고는 원고가 리뷰 데이터를 실제로 사용하였다는 점을 구체적으로 입증하지 못하였습니다. 수많은 리뷰 데이터 중 단 하나라도 원고 서비스에 사용되었음을 보여주는 기술적 증거(예: 데이터 일치 분석, 메타데이터 비교 등)를 확보하지 못한 것이 결정적인 패인이었습니다. 데이터 침해 소송에서는 데이터 포렌식 등 기술적 증거 확보가 필수적입니다.

② API의 성과 해당성 주장의 무리한 확장 피고는 API도 (파)목의 성과에 해당한다고 주장하였으나, 투입한 투자나 노력의 내용과 정도를 구체적으로 증명하는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습니다. 보호 가치가 낮은 요소까지 무리하게 성과로 주장하다가 오히려 증명책임 법리에서 불리한 판단을 받게 된 것입니다. 보호받을 수 있는 핵심 성과에 집중하는 전략이 더 효과적이었을 것입니다.

기업 영업비밀 김정민 변호사 프로필
기업 영업비밀 김정민 변호사 프로필

마치며

“그렇다면 경쟁사의 데이터를 참고하는 것은 언제나 안전한가요?” 이 판결의 답은 “그렇지 않다”입니다. 대법원은 리뷰 데이터 자체는 (파)목의 성과로 인정하였습니다. 다만 그 데이터를 실제로 사용하였는지, 그리고 그 사용이 공정한 상거래 관행에 반하는지를 주장하는 측이 구체적으로 증명해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하였습니다.

데이터 경쟁이 치열해지는 시대에 이 판결은 두 가지 메시지를 동시에 전달합니다. 데이터를 구축한 기업에게는 “당신의 데이터는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다”는 희망을, 서비스를 개발하는 기업에게는 “독자적 개발 과정을 처음부터 꼼꼼히 기록해 두어야 한다”는 경고를 말입니다. 서비스 개발 단계부터 데이터 수집 경로, 개발 과정, 기술적 의사결정을 문서화해 두는 것이 미래의 분쟁에서 가장 강력한 방패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