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맹점이 가맹계약을 어겼는데, 왜 위약금을 한 푼도 받지 못했을까요? – 가맹계약 분쟁 사례
Q. 가맹점사업자가 영업표지를 무단으로 사용하고 사업자등록 명의까지 바꿨는데, 가맹본부가 4억 원이 넘는 위약금 청구에서 전부 패소했습니다. 어떻게 이런 결과가 나올 수 있을까요?

A. 가맹점사업자의 계약 위반이 일부 인정되더라도, 가맹본부가 법에서 정한 해지 절차를 밟지 않았고 합의해지도 성립하지 않았다면, 위약금 청구의 전제 자체가 무너집니다. 이 판결은 가맹계약 분쟁에서 절차 준수가 얼마나 결정적인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입니다. 지금부터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가맹계약 분쟁-합의해지 없이 위약금 청구
가맹계약 분쟁-합의해지 없이 위약금 청구

1. 사건 개요 및 사실관계 요약

이 사건은 서울중앙지방법원이 2026년 6월 11일 선고한 가맹계약 관련 손해배상 사건입니다(2024가합55592).

원고들(가맹본부)은 “H( )”라는 영업표지로 요거트류 및 커피 등을 판매하는 직영점을 운영하거나 가맹점을 모집하는 사람들입니다.

피고 C 주식회사(가맹점사업자)는 2023년 4월 6일 원고들과 서울 강남구 소재 ‘H 역삼점’에 관한 가맹계약(계약기간 2023. 4. 6.~2025. 4. 5., 최초가맹금 860만 원, 계속가맹금 월 33만 원)을 체결하였습니다. 피고 D는 피고 C의 대표이사, 피고 E은 사내이사입니다.

이후 피고 C은 ① 원고들의 동의 없이 이 사건 가맹점의 사업자등록 명의를 피고 D 개인 명의로 변경하고, ② 2023년 9월경 가맹점 소재지가 아닌 마포구 K 점포에 이 사건 영업표지를 게시하였습니다.

원고들은 2023년 11월 2일 내용증명을 발송하였고, 이 사건 가맹계약이 2023년 11월 30일자로 합의해지되었다고 주장하면서 가맹계약 제37조에 따른 중도해지 위약금 391,100,944원, 경업금지의무 위반 위약벌 10,000,000원 등 합계 401,100,944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였습니다.

법원은 원고들의 청구를 전부 기각하였습니다.

2. 핵심 쟁점 Q&A

Q1. 피고 C의 계약 위반은 실제로 인정되었나요?

A. 일부는 인정되었고, 일부는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습니다.

주장법원의 판단
사업자등록 명의 변경금지의무 위반위반 인정 — 피고 D 명의로 사업자등록이 마쳐진 사실은 인정되고, 원고들이 이에 명시적으로 동의하였다는 증거가 없음
가맹점운영권 양도금지의무 위반위반 불인정 — 사업자등록 명의 변경만으로 가맹점운영권 자체가 확정적으로 이전되었다고 보기 부족
영업표지 사용범위 제한 위반위반 인정 — K 점포에 이 사건 영업표지를 게시·부착한 행위는 사용범위 제한 위반
경업금지의무 위반위반 불인정 — ‘P’ 상호 사용만으로 동일 업종 점포를 별도 경영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려움

즉, 계약 위반이 일부 인정되었음에도 원고들이 청구한 위약금과 위약벌은 모두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Q2. 계약 위반이 인정되었는데도 왜 위약금을 받지 못했나요?

A. 원고들이 청구한 위약금(391,100,944원)은 가맹계약이 피고 C의 귀책사유로 적법하게 해지되었을 것을 전제로 합니다. 그런데 이를 위해서는 두 가지 요건 중 하나가 충족되어야 했습니다.

첫째, 가맹사업법 제14조에 따른 적법한 해지 절차를 거쳤어야 합니다.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14조 제1항은 가맹본부가 가맹계약을 해지하려는 경우 가맹점사업자에게 2개월 이상의 유예기간을 두고 계약 위반 사실을 구체적으로 밝히고 이를 시정하지 않으면 해지한다는 사실을 서면으로 2회 이상 통지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이 절차를 거치지 않은 해지는 효력이 없습니다(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14조 제1항, 제2항). 대법원도 이 조항이 강행규정에 해당한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대법원 2021. 8. 19. 선고 2021다225708 판결). 그런데 원고들이 이러한 절차를 거쳤다는 증거가 전혀 없었습니다.

둘째, 합의해지가 성립하였어야 합니다. 그러나 아래 Q3에서 보는 바와 같이 합의해지도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결국 가맹계약이 피고 C의 귀책사유로 적법하게 해지되었다는 전제 자체가 충족되지 않아, 위약금 청구의 근거가 없어진 것입니다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14조). 신현윤, 최난설헌, 『경제법[제9판]』, 법문사(2025년), 559-560면

가맹계약 분쟁, 합의해지 없이 위약금 청구 가능성
가맹계약 분쟁, 합의해지 없이 위약금 청구 가능성

Q3. 원고들은 왜 합의해지가 성립했다고 주장했고, 법원은 왜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나요?

A. 원고들은 ① 피고 C이 먼저 2023. 11. 30.자로 해지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하였고, ② 원고들이 내용증명으로 이를 수락하였으며, ③ 그 후 피고 C이 로열티 지급과 물품 주문을 중단하고 영업표지 사용을 중단하였으므로 묵시적 합의해지가 성립하였다고 주장하였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합의해지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대법원은 계약의 합의해지가 성립하려면 기존 계약의 효력을 장래에 향하여 소멸시키기로 하는 청약과 승낙이 합치되어야 하고, 당사자 사이에 계약을 종료시킬 의사가 일치되었더라도 계약 종료에 따른 법률관계가 중요한 관심사인 경우 그에 관한 약정 없이 계약 종료 합의만 하는 것은 경험칙에 비추어 이례적이므로 합의해지가 성립하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대법원 2026. 2. 26. 선고 2025다215212 판결). 이 사건에서도 법원은 다음 사정들을 종합하여 합의해지를 부정하였습니다.

  • 원고들이 작성한 내용증명에 피고 C의 해지 의사가 기재되어 있다는 사실만으로 피고 C이 실제로 해지 의사를 표시하였다고 단정할 수 없음
  • 계약 종료일, 정산관계, 위약금 또는 손해배상책임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구체적인 협의나 합의가 이루어진 자료가 전혀 없음
  • 원고들 스스로 내용증명에서 손해배상 및 위약벌 문제를 언급하였으므로, 이는 계약 종료에 따른 법률관계가 당사자들에게 중요한 관심사였음을 보여줌
  • 피고 C이 로열티 지급이나 물품 주문을 중단한 것은 원고들의 내용증명으로 인한 거래 단절로 볼 수 있을 뿐, 계약 종료에 동의한 행위로 보기 어려움 신동권, 『경제법Ⅱ 중소기업보호법[제2판]』, 박영사(2023년), 413면

Q4. 가맹계약 종료 후 영업표지 계속 사용은 상표권 침해나 부정경쟁행위가 되지 않나요?

A. 이 사건에서는 가맹계약이 종료되었다는 사실 자체가 인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피고들의 영업표지 사용은 여전히 가맹계약에 따라 허락된 사용으로 보였습니다. 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습니다.

상표권 침해: 가맹계약이 2023. 11. 30.자로 종료되었다고 인정하기 어려운 이상, 피고들의 영업표지 사용은 가맹계약에 따라 허락된 사용으로 보일 뿐 상표권 침해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또한 원고들이 이 사건 영업표지에 관한 상표권자였다는 점도 증명되지 않았습니다.

저작권 침해: 원고들이 주장하는 제품사진은 음식 홍보사진에서 통상적으로 사용되는 구도와 방식으로 촬영된 것으로 보여 창작적 표현에 해당한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레시피나 메뉴정보는 아이디어 내지 정보에 해당하여 저작권법상 보호 대상인 표현물이 아닙니다.

부정경쟁행위(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파목): 피고들의 영업표지 등 사용은 가맹계약 관계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이고, 가맹계약이 종료되었다고 인정하기 어려운 이상 권원 없는 무단 사용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또한 제품사진, 레시피, 메뉴정보 등은 동종 영업에서 일반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 요소가 상당 부분 포함되어 있어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파)목에서 보호하는 ‘성과 등’에 해당한다고 인정하기도 부족합니다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호 파목).

Q5. 피고 D, E 개인에 대한 위약벌 청구는 왜 기각되었나요?

A. 이 사건 가맹계약의 당사자는 원고들과 피고 C 주식회사입니다. 피고 D와 피고 E은 피고 C의 대표이사와 사내이사일 뿐, 가맹계약의 당사자가 아닙니다. 법원은 계약 당사자가 아닌 자에 대하여 계약상 책임을 구하는 것은 그 주장 자체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나아가 원고들의 청구를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 청구로 선해하여 보더라도, 가맹계약이 2023. 11. 30.자로 해지되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므로 피고 D, E에 대한 청구 역시 이유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3. 가맹본부가 직면한 위기와 문제점

이 사건에서 원고들(가맹본부)이 처한 상황은 가맹사업을 운영하는 많은 사업자들이 공통적으로 직면할 수 있는 구조적 문제를 보여줍니다.

첫째, 해지 절차를 밟지 않은 채 합의해지에만 의존한 문제입니다. 가맹사업법 제14조는 가맹본부가 가맹계약을 해지하려면 2개월 이상의 유예기간을 두고 서면으로 2회 이상 통지하도록 강행규정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원고들은 이 절차를 전혀 거치지 않았고, 합의해지가 성립하였다는 주장에만 의존하였습니다. 그러나 합의해지의 성립 요건은 매우 엄격하여, 계약 종료에 따른 법률관계(위약금, 손해배상 등)에 관한 합의까지 이루어져야 합니다 신동권, 『경제법Ⅱ 중소기업보호법[제2판]』, 박영사(2023년), 450-451면.

둘째, 손해 발생과 인과관계에 관한 증거 부족입니다. 피고 C의 일부 계약 위반이 인정되었음에도, 그 위반으로 인하여 원고들에게 구체적으로 어떠한 손해가 발생하였는지, 원고들이 주장하는 손해액과 위반 행위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는지를 입증하는 증거가 전혀 없었습니다.

셋째, 상표권자 지위 미입증 문제입니다. 원고들이 이 사건 영업표지에 관한 상표권자였다는 점조차 증명되지 않아, 상표권 침해 주장의 기초가 흔들렸습니다.

가맹계약 분쟁 김정민 변호사
가맹계약 분쟁 김정민 변호사

4. 위기를 어떻게 해결하려 했는가

원고들은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상황을 타개하려 하였습니다.

내용증명 발송: 2023년 11월 2일 피고 C의 계약 위반을 지적하고 가맹계약 해지와 관련된 내용증명을 발송하였습니다. 그러나 이 내용증명은 가맹사업법 제14조에서 요구하는 2회 이상의 서면 통지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였고, 오히려 법원은 이 내용증명이 원고들 측에서 일방적으로 작성한 문서에 불과하다고 보았습니다.

합의해지 주장: 원고들은 피고 C의 로열티 미지급, 물품 주문 중단, 영업표지 사용 중단 등을 근거로 묵시적 합의해지가 성립하였다고 주장하였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이러한 사정들이 원고들의 내용증명으로 인한 거래 단절의 결과일 수 있고, 계약 종료에 따른 법률관계에 관한 합의가 전혀 없었다는 점에서 합의해지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다중 청구 전략: 원고들은 채무불이행책임, 불법행위책임(상표권 침해, 저작권 침해, 부정경쟁행위), 이사 개인책임(상법 제401조) 등 다양한 법적 근거를 동원하였습니다. 그러나 모든 청구의 전제가 되는 ‘가맹계약의 적법한 종료’가 인정되지 않으면서 청구 전체가 기각되었습니다.

가맹본부라면 지금 당장 무엇을 점검해야 할까요?

Q. 이 판결이 가맹본부에게 주는 가장 중요한 교훈은 무엇인가요?

A. 가맹점사업자가 계약을 위반하더라도, 가맹본부가 법에서 정한 해지 절차(2개월 이상 유예기간, 서면 2회 이상 통지)를 밟지 않으면 위약금 청구의 전제 자체가 무너집니다. 합의해지에 의존하려면 계약 종료일, 정산관계, 위약금 범위 등 법률관계 전반에 관한 명확한 서면 합의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또한 영업표지에 관한 상표권 등록을 미리 마쳐두고, 계약 위반으로 인한 손해 발생과 인과관계를 입증할 수 있는 증거를 평소에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가맹계약 분쟁에서 절차는 권리보다 먼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