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회사와 근로계약을 맺고 그 회사의 게임 세계관을 기반으로 웹툰을 그렸다면, 그 웹툰 저작권은 작가에게 있을까요, 회사에 있을까요?”
게임사의 의뢰를 받아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웹툰을 제작한 작가 A가 게임사 B를 상대로 제기한 저작권 분쟁에서, 이 사건 웹툰과 캐릭터 저작물의 저작권이 작가 A에게 있다고 판단하고 게임사의 복제·공중송신·전시·배포를 금지하는 판결을 선고하였습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6. 4. 30. 선고 2024가합59181 판결).
근로계약서가 있어도 저작권이 작가에게 귀속될 수 있다는 이 판결은 웹툰 작가, 게임사, 콘텐츠 기업 모두에게 중요한 기준을 제시합니다. 지금부터 핵심 쟁점을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이 글을 끝까지 읽으시면 다음 정보를 얻으실 수 있습니다.
①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만든 웹툰이 업무상저작물로 인정되기 위한 요건
② 회사의 세계관을 기반으로 제작한 웹툰의 저작권이 작가에게 귀속될 수 있는 이유
③ 저작권 양도 계약 없이 저작물을 제공한 경우 저작권이 어떻게 처리되는지
④ 저작권 확인 청구와 침해 금지 청구를 동시에 제기하면 왜 확인 청구가 각하되는지
⑤ 2차적저작물 제작 금지 청구가 청구취지 불특정으로 각하된 이유와 실무적 시사점

1. 사실관계 요약 — 당사자가 직면한 위기
가. 사건의 경위
피고 주식회사 B는 2018년경 게임 ‘E’를 출시한 게임 개발사입니다. 피고는 2020. 1. 20. 만화 작가 A(필명 C 또는 D)에게 연락하여 이 사건 게임의 세계관을 기반으로 한 웹툰 제작을 의뢰하였고, 원고가 이에 응하자 2020. 2. 1. 근로기간을 2020. 2. 1.부터 2021. 1. 30.까지로 하는 근로계약을 체결하였습니다.
원고는 이 사건 캐릭터가 등장하는 웹툰 ‘F’를 53화까지 제작하여 피고에게 제공하였고, 피고는 2020. 2. 14. 프롤로그화를 자신이 운영하는 채널에 게재한 것을 시작으로 2021. 4.경까지 연재하였습니다. 원고는 2021. 5. 31. 사직서를 제출하였고, 이후 2023. 8. 10. 피고에게 웹툰 게재 중단을 요청하였습니다. 피고는 2023. 8. 18. 게재를 중단하였고, 원고는 2023. 9. 6. 한국저작권위원회에 저작권 등록을 마쳤습니다.
나. 당사자들이 직면한 위기
| 구분 | 내용 |
|---|---|
| 원고(작가)의 위기 |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제작한 웹툰이 업무상저작물로 인정되면 저작권이 게임사에 귀속되어 자신의 창작물에 대한 모든 권리를 잃게 되는 상황 |
| 피고(게임사)의 위기 | 저작권이 작가에게 귀속된다고 판단되면 기존 게임 세계관과 연계된 웹툰·캐릭터를 향후 게임 개발 및 홍보에 활용할 수 없게 되는 상황 |
| 계약의 공백 | 근로계약서에 저작권 귀속에 관한 명시적 조항이 없어 분쟁의 핵심 쟁점이 된 상황 |
2. 핵심 쟁점 Q&A
Q1. 저작권 확인 청구와 침해 금지 청구를 함께 제기하면 왜 확인 청구가 각하되나요?
A. 원고는 청구취지 제1항으로 저작권이 자신에게 있음을 확인해 달라는 확인 청구를, 제2항으로 복제·공중송신·전시·배포 금지를 구하는 이행 청구를 동시에 제기하였습니다.
법원은 확인의 소에서 ‘확인의 이익’이란 당사자의 권리 또는 법률상 지위에 현존하는 불안·위험이 있고 이를 제거함에는 확인판결을 받는 것이 가장 유효·적절한 수단일 때에 인정되므로, 이행의 소 등을 제기할 수 있는데도 확인의 소를 제기하는 것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확인의 이익이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원고가 이 사건 소를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목적은 피고가 저작물을 향후 이용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인데, 원고는 이미 침해 예방을 구하는 이행 청구를 제기하고 있으므로 저작권 확인 청구는 분쟁 해결에 유효·적절한 수단이 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실무적으로 저작권 침해 분쟁에서 이행 청구(금지 청구, 손해배상 청구)를 제기하면서 확인 청구를 병합하는 것은 확인의 이익이 없어 각하될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하여야 합니다.
Q2. 2차적저작물 제작 금지 청구는 왜 각하되었나요?
A. 원고는 이 사건 저작물을 원저작물로 하는 애니메이션, 실사화 영상, 게임, 소설, 만화 등의 제작 금지를 구하였습니다. 법원은 이 청구가 청구취지가 집행이 가능할 정도로 구체적으로 특정되어 있지 않다는 이유로 각하하였습니다.
민사소송에서 청구취지는 내용 및 범위를 명확히 알아볼 수 있도록 구체적으로 특정되어야 합니다. 피고가 제작한 저작물이 이 사건 저작물을 단순히 복제하는 것을 넘어 이를 원저작물로 하여 제작한 결과물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집행 단계에서 집행기관이 판단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라 저작권 침해소송의 절차에서 법원이 판단해야 하는 사항입니다. 특히 이 사건 웹툰 자체가 피고 게임의 세계관을 기반으로 제작된 것이어서, 피고가 향후 제작하는 게임이나 애니메이션이 피고 게임을 원저작물로 한 것인지 이 사건 웹툰을 원저작물로 한 것인지를 집행기관이 구별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2차적저작물 제작 금지를 구하려면 금지 대상을 집행 가능한 수준으로 구체적으로 특정하여야 한다는 중요한 실무적 교훈을 남긴 판단입니다.

Q3.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만든 웹툰이 업무상저작물로 인정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요?
A. 이 판결의 가장 핵심적인 쟁점입니다. 저작권법은 법인 등의 명의로 공표된 업무상저작물의 저작자는 계약 또는 근무규칙 등에 다른 정함이 없는 때에는 그 법인 등이 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업무상저작물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법인 등의 사용자와 업무에 종사하는 자 사이에 고용관계 기타 실질적인 지휘·감독관계가 성립되어야 합니다.
법원은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실질적인 지휘·감독관계를 부정하였습니다.
| 판단 요소 | 내용 |
|---|---|
| 창작 재량 | 피고는 원고에게 “작가님의 상상력과 매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방향으로 진행”하고 싶다며 상당한 수준의 재량을 부여하였고, 구체적인 표현 창작은 사실상 원고에게 모든 권한을 일임 |
| 수정 의견의 성격 | 피고는 기존 게임 설정과 어긋나는 부분 위주로만 의견을 개진하였을 뿐, 구체적인 표현에 대해 세세하게 수정·편집을 요청하지 않음 — 이는 제작의뢰자로서의 검토에 불과 |
| 저작자 표기 | 피고는 자체 제작 저작물에는 저작자를 별도 표기하지 않았으나, 이 사건 웹툰에는 원고를 저작자로 표기하거나 “C 작가의 웹툰”이라고 기재 |
| 보수의 성격 | 웹툰 완성에 따른 보수를 분할 지급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며, 완성 여부와 무관한 월급 지급으로 보기 어려움 |
| 근무 형태 | 원고는 피고 사무실에서 근무하지 않았고, 작업시간을 통제받지 않았으며, 퇴직금도 지급받지 않음 |
| 협업 표현 | 피고는 공지사항에서 원고와의 “협업”이라고 표현하여 고용관계가 아닌 협력관계임을 스스로 인정 |
Q4. 저작권 양도 계약 없이 저작물을 제공하고 게재를 허락했다면 저작권이 양도된 것 아닌가요?
A. 아닙니다. 법원은 저작권에 관한 의사표시가 명백하지 아니한 경우, 그 저작권을 양도 또는 이용허락하였음이 외부적으로 표현되지 아니한 경우에는 저작자에게 권리가 유보된 것으로 유리하게 추정함이 상당하다는 법리를 적용하였습니다.
피고는 원고가 저작물을 제공하고 피고 운영 채널에 약 3년간 무료로 게재를 허락하였으므로 저작권을 양도한 것이라고 주장하였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를 배척하였습니다. 첫째, 원고와 피고 사이에 별도의 저작권 양도계약이 체결된 사실이 없습니다. 둘째, 피고는 웹툰 연재 전에 저작권을 피고가 단독으로 보유하는 조건을 제안하였으나 이 내용이 계약서에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셋째, 2021. 2. 1. 재체결된 근로계약서에도 저작권 양도나 귀속 주체에 대한 명시가 없었습니다. 넷째, 피고는 저작물의 양도 대가를 별도로 지급한 사실이 없습니다.
저작물을 제공하고 게재를 허락하는 행위는 이용허락에 해당할 수 있을 뿐, 저작권 양도로 해석되지 않습니다. 저작권 양도는 명시적인 계약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Q5. 피고가 현재 웹툰을 게재하지 않고 있는데도 침해 예방 청구가 인용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A. 저작권자는 그 권리를 침해할 우려가 있는 자에 대하여 침해의 예방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법원은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침해 우려를 인정하였습니다.
첫째, 이 사건 웹툰은 피고의 게임 세계관을 기반으로 작성된 저작물이어서 추후 피고의 게임 개발 또는 홍보 과정에서 이 사건 저작물이 사용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둘째, 웹툰 연재 종료 이후에도 피고의 게임 세계관 홍보를 위해 계속 무료 공개되었던 전례가 있습니다. 셋째, 피고는 소송에서 이 사건 저작물의 저작권이 피고에게 귀속된다고 계속하여 다투고 있고, 저작권을 확보하지 못하면 향후 게임 세계관 확장에 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피고 스스로 저작권 귀속을 다투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침해 우려의 강력한 근거가 되었습니다.

마치며
“그렇다면 게임사나 콘텐츠 기업이 외부 작가에게 창작을 의뢰할 때 반드시 계약서에 넣어야 할 내용은 무엇일까요?” 이 판결이 주는 교훈은 명확합니다.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였다는 사실만으로는 저작권이 회사에 귀속되지 않습니다. 업무상저작물로 인정받으려면 실질적인 지휘·감독관계가 있어야 하고, 그렇지 않다면 반드시 계약서에 저작권 귀속 또는 양도에 관한 명시적 조항을 두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 피고는 계약 협의 과정에서 저작권을 단독으로 보유하는 조건을 제안하였으나 이를 계약서에 반영하지 못하였고, 그 결과 수년간 활용해 온 웹툰과 캐릭터 저작물에 대한 모든 권리를 잃게 되었습니다. 반대로 작가의 입장에서는 이 판결이 창작의 자율성이 보장된 경우 근로계약 형식에도 불구하고 저작권을 지킬 수 있다는 중요한 선례가 됩니다. 콘텐츠 계약을 체결할 때 저작권 귀속 조항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입니다.